올해 의료계에는 어느해보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의협 직원의 13억7천만원 횡령사건을 시작으로 100분의 100파문까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다. 일년내내 개원가는 불황에 시달렸고, 올해 들어서만 7명의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가 하면 건식 열풍이 의료계를 휩쓸었고, 전문과목간 영역싸움도 그 어느해보다 치열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올해 이슈 10개를 선정, 연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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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협직원 거액횡령 해외도피
② 의사들 잇단 자살
③ 수가조정안 첫 의결
④ 병원계 산별교섭시대 돌입
⑤ 의료기관평가 시행
⑥ 물치사 입법청원 파문 ⑦ 경제특구법 국회 상정
⑧ 병원 몸집불리기 열풍
⑨ 100분의100파문
⑩ 의료계 내부분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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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설립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올 한해에 지속적으로 이어진 화두였다. 반면 WTO체제에 따른 의료시장 개방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동북아 의료허브 건설을 기치로 정부는 인천 경제자유구역내에 세계 유수의 외국병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과 과실송금이 가능토록 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지난 9월 제출했다.
특히 재경부는 내국인 진료허용을 전제로 이미 지난 4월 미국의 한 대학병원과 MOU를 체결해 이번 논란을 가열시켰다.
복지부는 당초에는 내국인 진료 허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힘의 논리에 밀려 공공의료확충과의 병행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세 장관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반대한다’는 원칙론이 등장했지만, 복지부는 결국 공공의료 확충에 향후 5년간 4조원 투자 약속으로 내국인 진료 허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
직역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간에도 논란이 계속됐다. 병원협회의 경우 애초부터 역차별 금지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입장을 펼쳤다. 의협은 줄곧 반대입장을 견지했으나 마지막에 가서 결국 조건부 찬성에 동조했다.
반면 한의사협회, 약사회, 치과의사회 등은 시민사회단체들과 발맞춰 반대 입장을 줄곧 견지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정안에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행동에 나섰다.
이같은 찬반 입장차로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 논란은 많은 부분 논란으로 이어졌다.
국내 해외 유출 진료비가 1조원을 두고 시민단체와 재경부가 설전을 벌였으며, 외국인 의료허브인 싱가포르의 의료형태를 두고서는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1조원 논란은 그 근거가 불충분함이 밝혀졌음에도 진실로 사람들에게 각인돼 버렸다.
또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은 의료시장 개방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민간의료보험 도입과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의료 체계 변화를 이행하는 핵심 화두로 논란이 이어졌다.
따라서 올 한해는 그 어떤 주제보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과 연계한 민간의료보험, 영리법인 등과 관련한 토론회의 빈도수가 많았다.
특히 의료계를 벗어나 전경련과 같은 경제단체와 보험사 등에서도 이 화두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이 개정안은 지난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됐으나 국회 공전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재경위에서 계류된 채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들은 천막농성과 지역구 국회의원 항의방문까지 벌이는 등 극렬하게 맞서고 있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그로 인한 찬반 양측의 대응, 향후 의료체계의 변화까지... 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는 아직 한참은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