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30 옛말 된지 오랩니다. 요즘은 70%가 그냥 버티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 들어 ‘30:70’이 의료계의 신조어로 입에 오르고 있다. 전체 개원의 가운데 30%는 소위 잘 나가는 그룹이지만 나머지 70%는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수입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대구의 한 개원의는 25일 “5년 전만 해도 동네의원 70%는 살만했는데 이젠 정반대가 됐다”면서 “의사 개업도 많지만 폐업하는 동료의사들이 부쩍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B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회원이 16명 늘었지만 폐업의는 이보다 많은 19명으로 집계됐다. 폐업이 개업보다 많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란 것이 구의사회의 설명이다.
B의사회 회장은 “요즘은 동네의원 경기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라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면서 대다수 의사들의 수입이 감소해 평준화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동네의원들은 올해 수가가 2.9% 인상되긴 했지만 2002년 재정안정화대책 이후 초재진료 통합, 야간가산 시간대 조정, 심사 강화 등으로 정부의 압박이 심화됐고, 여기에다 매년 3천명 이상의 의사들이 배출되다보니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의 K의사회 회장은 “얼마전 한 회원에게 전화했더니 병원이 어렵다며 간호사도 없이 혼자 근무하고 있었다”면서 “또다른 의사는 이렇게 버티다 결국 최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개원가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개업의들은 아예 의사회 등록조차 기피하고 있다.
B의사회는 전체 회원의 15%에 달하는 40명이 지난해 개원을 하고도 의사회에 등록하지 않았다.
의사회는 “다른 지역에서 폐업하고 옮겨온 의사들이 적지 않다보니 의사회 가입을 기피하고, 동네의원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염승 부천시의사회장은 “일부에서는 개원이 늘어나는 것은 먹고살만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단기적으로 이런 상황이 호전되긴 어렵겠지만 의대 입학정원을 감축하고 의사들의 사회진출을 다양화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