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진료비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1조원’에 달한다는 일부 주장을 인용하자 의료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한 정책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취임 2주년 기념 대국민연설을 통해 “선진경제를 위한 과제 중 하나는 고급 소비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라면서 “작년 한 해 유학비용으로 나간 돈이 70억 달러, 의료비로 나간 돈은 1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고 밝혔다.
비록 이날 노 대통령의 해외 원정 진료비 언급은 대국민연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는 점에서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해외 진료비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이날 발언이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인천 경제특구에 외국병원을 유치하고, 이들 병원에 대해 내국인진료를 허용해야 하는 근거의 하나로 연간 해외에서 지출되는 진료비가 1조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애자(민노당) 의원은 “재경부는 병협의 보고서를 근거로 추정치를 제시했지만 병협은 이같은 연구를 한 적이 없다”면서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통계를 인용해 시장개방 성과 논리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국정감사 직후 MBC가 재경부와 유사하게 해외진료에 유출되는 비용이 연간 1조원이라고 보도하자 즉각 정정보도를 요청한 바 있다.
정부가 해외진료비 규모를 과도하게 부풀려 의료시장 개방을 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노 대통령도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돈을 막아야 한다”면서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 몰린다고 한탄만 할 일이 아니라 의료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돈이 들어오게 하고 일자리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해 시민단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의료계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해외진료비 1조원 발언은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시장을 개방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