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응급환자를 부실진료 했다며 병원에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구욱서)는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이모(37)씨의 가족이 "처음 실려간 병원에서 단순 엑스레이 촬영만 하고 환자를 방치해두는 바람에 치료시기를 놓쳐 식물인간이 됐다"며 ㅎ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은 1억5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 머리에 별다른 손상이 없을 것으로 짐작하고,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선 각도로 엑스레이를 찍어보거나 뇌 컴퓨터 촬영(CT)등을 일찍 실시하지 않은 병원쪽 과실이 인정된다”며 “다만 이씨도 음주운전을 했고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어 병원의 책임을 3분의 1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2001년 술을 마신 뒤 오토바이를 몰고가다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킨 이씨는 ㅎ의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당직의사는 머리부분의 찰과상 외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이자 전후·측면 머리 엑스레이 촬영만 했고, 이씨는 이날 병실에서 잠을 자던 중 뇌출혈을 일으켜 다른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식물인간 상태가 되자, 가족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