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 후 아기가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지만 당시 분만을 주도한 산부인과 의사는 과실이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대법원(제9민사부)은 분만당시 산모의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해 아기가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며 산모가 의사 이 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측 주장을 최종 기각했다.
앞서 원고측은 해당 피고인 산부인과가 산전진찰에서 골반계측,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난산이나 아두골반불균형이 있는지 진단해야 하고 분만 1기에 접어든 경우 태아하강도, 자궁경부 소실도 등을 주기적으로 측정해야 하나 그렇지 않아 분만당시 태아의 주산기 가사가 의심된다며 5억7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항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측이 주장하는 아두골반불균형은 태아의 머리가 골반에 비해 너무 커서 정상적으로 분만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특별한 분만외상 없이 분만이 이루어졌다면 완전히 배제되는 진단"이라고 밝혔다.
또한 "분만지연이 있었더라도 이것이 곧 아두불균형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추후 타 병원에서의 진단에서도 흡입분만으로 인한 외형적 이상은 인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측이 진료기록을 추후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산모가 주장하는 사건시각이 모두 진료기록과 다르고 난산으로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수시로 시각을 확인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 분만 후 신생아가 고개를 가누지 못한다는 점 외에는 청색증이나 경련 등 특별한 소견이 없었고 불과 2일만에 정상적으로 퇴원이 가능했다면 분만후 해당 병원에서의 조치가 문제가 없었거나 원고의 현 상태와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이어 "피고인 병원측은 원고의 뇌성마비 진단과정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MRI 판독결과에 대해 뇌성마비 원인을 추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해당 산부인과 의사의 지주막낭종에 의한 발병소견을 인정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의료사고 소송이 빈번한 산부인과에서 분만과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구분한 사례여서 향후 많은 유사소송에서 참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