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간 의료일원화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터넷 토론장이 막말만 난무하는 패 싸움터로 변질되고 있다.
30일 의사협회가 한의사협회에 의료일원화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발송하자 의사와 한의사들은 상대 직역을 향해 무차별적인 욕설을 퍼부어댔다.
메디칼타임즈 독자의견에는 의사와 한의사들이 서로 상대방을 비하하는 글이 100여개나 올라왔다.
허준을 ‘허뚱’으로 비하하는가 하면 동의보감을 ‘똥의보감’으로, 한의사들을 ‘등신 한방 무당’ '돌대가리 저능아'라고 비꼬았다.
‘똥의보감에 월경후 1,3,5일에 응응하면 아들이고, 2,4,6일에 하면 딸이라매’라든가 ‘미친 놈 봐라. 너 계모 밑에서 컸다고 그렇게 막가면 니 애비 욕 먹어. 자중해라’ 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이 넘쳐났다.
이에 맞대응하기라도 하듯 의사를 ‘의새’나 ‘미친 개’로 묘사하고 ‘저런 것들이 의사냐. 한심한 종자들이군’ ‘의새들은 완전히 미친 개들이군. 미친 개새끼들 머리에 농약을 뿌려라’ 등의 글이 독자의견란을 도배질 하면서 난장판으로 변질됐다.
의료계와 한의계간 포스터 전쟁과 의료일원화 논쟁이 심화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상대 직역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거나 진지한 논쟁을 원하는 독자들의 목소리는 인터넷 토론장에서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소모적 논쟁이 증폭되는 것에 대해 우려도 적지 않다.
의료계 한 인사는 “최근 의료계와 한의계간 감기 포스터 갈등이 의료일원화 논쟁화되면서 국내 의료시스템을 재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갈수록 생산적인 논쟁은 사라지고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어 국민들이 밥그릇싸움으로 오해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협과 한의협이 이런 감정싸움을 방치하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 한 의사는 “요즘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협회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일원화 논쟁은 의협이나 한의협으로선 회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 좋은 소재가 아니겠느냐”면서 “양 협회가 회원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고 이젠 대안을 내놓고 논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