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CT사용 합법 판결 항소심과 관련, 의료계와 한의계간 법리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원고 K한방병원 소송 대리인인 바른법률(김치중, 홍지욱 변호사)은 피고인 서초구보건소와 피고 보조참가자인 영상의학회, 의협의 항소사건을 맡은 한백(여상규 변호사)이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냈다.
메디칼타임즈가 19일 입수한 피고 항소이유서와 원고 답변서에 따르면 양측은 한의사의 CT 사용 합법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다음은 양측 변론 요지.
피고 CT는 현대의 대표적인 의료장비로서 특성과 구조원리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는 위험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취급해 진료행위를 할 수 없다.
원고 이렇게 우수한 CT기기를 왜 의사만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피고 진단방사선과는 고도의 전문성을 띠므로 관련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CT를 판독한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용인되지 않고 있다.
원고 한의대에서도 방사선을 통한 진단방법을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 물론 한의사가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CT기기 이용을 금지할 이유는 될 수 없다.
피고 한의학에서 망진을 하는 것은 환자의 음양, 허실에 관한 병증을 판명하기 위한 것이지만 CT의 영상정보사진에는 이를 판명할 아무런 기준이 없으므로 결국 CT는 한의학적 이론에 근거한 음양허실 상태를 판단하는 기기가 아니다.
원고 한의학에서 환자의 음양, 허실에 관한 병증을 판명하기 위해 망진을 할 때에도 단서는 결국 외부에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증상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CT기기의 영상정보사진은 기초자료를 제공해 준다.
피고 한의학은 구체적인 조직과 장기의 병변이 아니라 기, 담, 정기, 선천지기, 후천지시 등 무형의 평형개념 허실을 변증하는 방법이므로 CT를 한방의 진찰 및 진단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본질에 배치된다.
원고 평형개념의 허실을 변증하는 단서는 외부에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증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얻어지며, CT기기는 한의사의 허실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게 한다.
피고 한의학에서는 임상실습 과정이 없어 방사선진단행위가 한방의료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
원고 한의학에서도 방사선학을 중요한 과목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임상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방사선진단행위는 당연히 한방의료행위로 인정해야 한다.
피고 의사조차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CT 영상사진 판독은 매우 위험하다.
원고 원고는 한의사가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도 한방의료행위에 CT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피고 한방병원은 오로지 상업적 목적만을 위해 CT기기의 본래 용도에서 벗어난 비만치료에 오용하고 있으며, 원고의 이용방법이 지방의 두께를 알아보는 정도라면 이는 일반인도 가능한 일인데, 그렇다고 일반인에게 CT기기 사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
원고 이 한방병원은 비만치료에 CT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해 이미 오래전부터 임상실험 등을 통해 그 효용성을 입증한 바 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방의료행위를 한 것이다.
피고 지방의 두께를 알아보는 정도로만 CT를 이용한다면 의료자원의 낭비이며, 이로 인한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 굳이 비만치료를 위해 CT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진단방사선과를 이용하면 된다.
원고 원고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합동으로 CT기기를 이용해 ‘한국인 UCP-1 A-1766G 유전자 다형성의 최초 발견 및 체지방 축적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SCI급 의학저널 학술지인 BBA에 채택된 바 있다. 피고 주장대로 원고가 CT기기를 지방의 두께 측정에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CT기기를 사용한 것인데 왜 의료자원의 낭비의 낭비인가.
피고 CT기기 사용에 따른 방사선 피폭 및 오독을 따른 오진 등으로 국민 건강에 결정적 악영향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원고 CT 사용에 따른 방사선 피폭 문제는 한의사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며, 원고도 자격 있는 방사선사를 고용해 모든 안전 규칙을 준수했고, 오독에 따른 오진 문제 역시 의사나 한의사에게 공동으로 일어날 수 있다.
피고 한의사에게 CT기기 사용을 인정하면 의학과 한의학의 이원적 체계가 위협 받는다.
원고 의학과 한의학의 이원적 체계는 진찰, 진단 방법보다는 병의 원인 분석이나 치료 방법 등에서 본질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CT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원적 체계가 위협 받을 일은 없다.
피고 원고 한의사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자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이를 믿지 않았다.
원고 기본적으로 CT기기의 사용이 한방의료행위인지 여부는 순수한 법률적 판단의 문제로서 이것을 원고의 증언에 근거해 판단할 수는 없다.
피고 의료기관 종류, 전문의제도, 진료과목 표시규정상 진료과목, 의료법 시행령상의 국가시험 범위 및 시행규칙상 시험과목, 의료법상 진단용방사선발생장치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CT기기를 병원과 의원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개별규정들이 무수히 존재하므로, CT기기 사용은 의사의 의료행위에 속한다.
원고 각종 규정이 의사를 위주로 정해 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바로 CT기기의 사용은 의사의 의료행위이고,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양측이 항소이유서와 이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함에 따라 조만간 심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