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성남 중원구 국회의원 재보선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 17대 총선의 아픔을 딛고 재도전한 신상진 前대한의사협회장의 바쁜 하루를 함께 했다.
27일 신상진 前회장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성남 중원구에 위치한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지난 총선에서도 같은 자리에 위치했던 선거 캠프라서인지 나름대로 정겹게 느껴졌고 낯익은 운동원들도 보인다.
"후보님이요? 벌써 나가셨는데요. 요즘은 새벽부터 바로 현장으로 나가고 계세요"
신상진 前회장은 자택에서 새벽 6시에 나와 인근 약수터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무소 직원의 설명이다.
전날 새벽 1시까지 후보 방송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느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는데도 새벽별을 보며 강행군을 하고 있다.
AM 09:00, 아름다운 신상진"안녕하세요 기호 2번 신상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유권자들에게 연신 내뱉는 그의 목소리엔 투표를 목전에 두고 비장함 마저 서려 있었다. 아마도 지난번 고배를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일념이 신 회장을 더욱 매진하게 하는 것 같았다.
약수터를 거쳐 배드민턴장에서 아침운동을 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연신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나누는 신 회장의 모습에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집념이 엿보였다.
때론 유권자들에게 무시도 당하면서 "차때기당 후보가 여긴 왜왔냐"는 등 면박도 참아가며 열심히 유세에 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AM 11:00, "바쁘다 바빠" 아침을 거르고 왔다는 신상진 회장은 요새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한다. 따로 화장실을 갈 여유도 없거니와 뭐든지 거리에서 해결한다는 일념하에 유권자를 만나면서 인근 상가에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왠일로 신상진 회장의 표정이 어둡다. 찾는 화장실마다 문이 잠겨있어 번번히 볼 일에 실패하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도 유권자를 만나면 인상은 다시 부드러워 지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한 표를 부탁한다.
이렇게 유세에 집중하다가 점심시간을 놓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는 잠시 뒤 현실로 드러났다. 기자 혼자 점심을 먹고오기도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PM 13:00, "내 체력은 비타민 C로"유세 차량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너무나 바삐 움직이는 통에 한마디 말 붙일 용기를 내지 못했던 기자는 이동중 차 안에서 과감히 인터뷰를 시도했다.
"회장님 요새 피곤하지 않으세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드시는 약이라도 있나요?"라는 질문에 신 후보는 이동차량 구석에서 비티민 음료를 건내준다. 한 박스 가득 실린 비타민 음료는 신상진 회장의 체력 보충용이다.
"이거면 됐지 머, 잠이 부족하니까 차 안에서 시간날 때마다 자고 그래요. 식사도 거를때가 많으니까...아 참 윤 비서 전화왔던 목록 줘봐요"
이 한마디에 차 안에서의 인터뷰는 끝이었다. 신 회장은 달리는 차안에서도 다음 스케쥴을 확인하고 전화와 후원을 해줬던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감사하다는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전화통화 중간중간 기자에게 미안한 듯 부연설명을 시작했다.
"후원해주시는 분들 참 고마운데 감사의 뜻을 전해야죠, 근데 내가 후원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잘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닌데.. 하하"
"예전에 공장 다닐때 절친한 선배가 있는데 이번에 유권자더라고..근데 내가 아닌 민노당을 찍겠다는 거예요...그래서 지금 한 표 때문에 떨어지면 형 덕분이라고 농담한 거죠..."
PM 15:00, 경쟁 후보들과 설전...그리고 상처 점심도 거르면서 유세에 나선 신상진 회장은 성남 지역방송이 주최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키 위해 분당으로 향했다.
이미 토론장에는 열린우리당 조성준 후보와 민노당 정형주 후보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일정에 맞추다 보니 분장을 할 여유도 없이 토론에 참석, 신 회장은 물 한잔을 마신 후 침착하게 말 문을 열었다.
"고도제한 문제....서울공항 개발 문제...재래시장 개발 문제" 신상진 회장은 성남의 지역현안을 줄줄이 언급하며 오랜 활동경험을 피력했다.
또 성남시에 맞는 전문적인 복지정책과 의료시설 확충에 대한 견해를 설파, 의사 출신이면서 지역 활동가 다운 면모를 보였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시립병원과 같은 의료시설을 성남시에 유치하겠습니다, 또 독거노인을 위한 진료시설도 확충하겠습니다. 이는 의사협회장을 엮임했던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경쟁 후보측에서는 의약분업 당시 파업으로 인한 구속경력을 들어가며 신상진 회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신상진 후보는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진행한 이력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를 선택하면 재선거를 또 치뤄야 하고 이는 혈세 낭비입니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해 민노당, 무소속 후보들의 파상적인 공세가 쏟아졌다.
신 회장은 토론회 말미에 의약분업 당시 파업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보다는 깨끗한 선거를 위해 금품살포, 흑색선전에 유권자들이 단호히 대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생방송 중인 토론회가 마지막으로 치달을 즈음 신상진 회장은 피곤한 듯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말았다. 그러나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인가, 자신이 비춰지고 있는 카메라에 빨간 불(녹화신호)이 들어올 때는 여지없이 말짱한 얼굴이었다.
토론회가 끝난 후 신 회장은 "아 너무 피곤해서 잠시 졸았네, 티는 안났죠? 하하, 지난 총선 때부터 방송출연이 많다보니 이제 이런 요령도 생기고 방송촬영의 속성에 대해 많이 알게 됐죠"라고 여유를 부린다.
PM 19:00, 끝없는 유세...인기인 신상진
토론회가 끝나자 휴식을 기대했던 기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야 말았다. 유세의 황금시간대인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온 것이다.
신 회장은 토론회 장에서 나와 황급히 차량을 몰고 지원유세를 나온 한나라당 의원들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하면서 잠시 주차를 하더라도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된다는 신상진 회장은 이동유세 차량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도보로 이동하면서도 유권자들과 만나면 어김없이 인사를 건내고 악수를 하면서 지나갔다. 이 때 신 회장의 눈의 띈 것은 아주머니들이 모여있는 '궁전'이라는 미용실. 눈부신 기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신상진입니다. 와 여기가 그 유명한 궁전 미용실이네요...그래서인지 다들 왕비 같으시고 그렇네요 하하"
아주머니들 왕비 같다는 말에 연방 웃음을 터트리고 금새 분위기는 신 회장에게 호의적으로 바뀌어 갔다.
동행취재를 하며 유권자들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대체로 아주머니들이 신상진 회장에게 호의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심지어 기호 2번을 뜻하는 승리의 'V'자를 그리며 연신 신상진을 연호하는 아줌마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택시 기사들은 신상진 회장의 공약 중 'LPG 특소세 폐지'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사들 사이에 신 회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PM 21:00 "개표때 봅시다"
밀리는 퇴근길에서 차안의 유권자를 상대로 유세를 펼치고 또다시 교회와 인근 계모임 등으로 향하는 신상진 회장.
동행취재를 철수하면서 인사를 하니 밝은 얼굴로 "개표일 때 봅시다"라며 웃음을 건낸다. 연일 강행군에도 굴하지 않고 힘찬 발걸음을 재촉하는 신장진 회장을 뒤로 하며 그의 건승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