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원인이 불분명한 난치성 질환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이례적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2부는 군 복무 중 전신홍반성 루푸스(SLE) 발병으로 의병전역한 박모씨가 서울지방보훈처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취소 소송에서 해당 질병이 원고의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의학적으로 루푸스는 병적인 자가항체와 면역복합체에 의해 조직 및 세포가 손상을 받는 원인 불명의 질환으로 일각에서는 광과민성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는 이론이 있지만 이 역시 그 발병팩터(L Factor)를 정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실정.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군 복무 중 훈련과정에서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되었고,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루푸스 병이 발생해 악화됐다는데 무게를 두고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장애와 공상군경에 해당하는 국가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비록 의학적으로 루푸스의 발병원인이 완전히 규명되지는 못한 상태라 하더라도 원고에게 루푸스를 유발시킬 수 있는 유전적 요인 등 다른 요인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군 복무 중에 과도한 자외선 노출로 인해 루푸스가 발병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가 판단한 루푸스 발병원인이)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가 군 복무 중 겪게 된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루푸스병이 유발되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현저히 악화되었다고 추단된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난치성 질환인 루푸스에 대한 발병원인 중 환경적 요인에 의한 발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어서 의학적 논란도 예상된다.
더불어 여지껏 원인불명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판례가 처음으로 깨짐에 따라 복지부의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정책 수립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종합법률사무소 '서로(SEO LAW)'의 서상수 변호사는 "루푸스 소인을 가진 원고가 일반인도 감내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자외선에 과다노출되었는지 여부와 다른 환경적 요인인 과로와 스트레스가 동시에 혼합되었는지 여부를 살핀 판결"이라며 "이러한 점을 원고의 루푸스 촉발 및 악화에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희귀난치성질환연맹과 루푸스 환우회 등은 이번 판결이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 매우 유의미한 결정이라며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혔다.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환우회 관계자는 "남성에서의 루푸스 발병은 희귀난치성 질환인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인해 루프스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병역 문제 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루프스 치료에 허가된 약이 없는 상태지만 임상적으로 효과가 보고된 Cyclophosphamide, Cellcept 등이 고가인데다 보험이 안되고 의사들이 임상에서 사용할 경우 불법이 될 소지가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