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환자가 한참 붐빌 시간때인 오후 3시 의협의 대국민 홍보용 포스터 촬영차 서울시 서초구 주택가에 위치한 C 내과의원을 찾았다.
20평 가량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진료 대기실에 환자는 단 한명도 없었고 병원 창구에는 잡지를 보고 있는 간호사와 지인과 전화통화중인 병원장만이 외로이 의원을 지키고 있었다.
'환자가 이렇게 없어서 병원운영은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병원장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병원이 텅텅 비었지요? 이렇게 조그만 주택가에 한다리 건너 내과, 소아과, 한의원 등이 밀집해 있는데 환자가 붐빌리가 없지요. 이제 다 포기하고 비참한 심정으로 부업이나 알아보고 있습니다"
창구 계산대 위에는 이용설명서와 함께 보습제와 스프레이 시제품이 전시<사진>되어 있었으며 '구입문의는 간호사에게'라는 조그만 문구가 붙어 있었다.
"환자들에게 물품을 권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진료와 상관없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구강청결용 스프레이나 보습제 같은 것을 갖다 놨습니다"
C모 원장은 이어 최근 환자수 급감과 급여삭감 등으로 인해 개원가의 불황이 가중되고 있다며 병원을 운영하기 어려운 다른 의사들도 부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천에 P 비뇨기과 전문의는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A사의 다단계 판매에 뛰어든 적이 있었다"며 "진료를 위해 상담 후 여담으로 '이런물건 요새 좋다고 하던데'라며 환자에게 이야길 꺼냈다가 무안을 당한 이후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요새 다단계 말고도 의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부업으로 주식투자와 부동산, 까페, 식당, 선물가게 등에 이어 복권방도 최근 로또열풍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의사들을 많이 알고 있는 마당발이라면 골프연습장 같은 레져시설을 차린 후 아는 의사들을 회원으로 초빙해 경영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K 외과의원의 원무과장은 "알고 있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도 환자가 없어 진료보다 새로운 부업 찾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젊은 시절 시간과 자비를 투자해 공부한 의사인력이 겉돌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의사들의 부업에 반대하는 한 소아과 전문의는 "알고 지내는 의사들 중에 주식으로 재산을 날리거나 본전도 되찾지 못하고 망한 사람들이 꽤 있다"며 "평생 진료실에만 있던 의사들이 부업을 한답시고 잘 알아보지도 않은 채 까페나 식당을 차리고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더욱 큰 수렁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환자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닌 의사 개인적으로 좀더 나은 생활을 위해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찬성이지만 의료를 가장한 끼워팔기식 부업은 약국에서의 일반약 끼워팔기 행태와 다름없다"며 진료와 상관없는 부업으로 그 종류에 한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