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의료 확충계획과 국회의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 폐지 움직임은 세계 의료환경 변화에 크게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88년 2월부터 12월까지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는 24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기고문에서 의료시장이 개방되고 인천 경제 특구에 외국 병원이 들어온다는 등 이제 외국 병원들과도 경쟁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1년간 서울대병원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특히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이 폐지될 경우 국가중앙병원이 구심점을 잃게 되어 의료 분야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명예교수는 국립대병원의 설립 목적은 보건소와 같은 사회 안전망 역할이 아니라 차세대 의료 인력 양성과 임상 연구를 통한 의학 발전이다며 국립대병원은 의학 교육, 연구 중심의 병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국립대병원을 복지부 또는 국가중앙의료원 등의 산하에 두는 나라는 없다면서 소관 부처가 복지부로 이관될 경우 교육부 산하의 국립 의과대학들은 교육 병원을 잃고, 복지부 산하의 병원에 의학 교육을 위탁하는 기형적인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국립 의과대학의 '의과 교육의 질'과 '공공의료의 질'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명예교수는 국립대병원은 의학.약학.간호학.치의학.수의과학.생물학.보건학.의공학 등을 총망라하는 자연과학 분야의 종합 교육.연구 공동체이기 때문에 대학과 대학병원을 분리하는 것은 줄기세포 연구 등 인간생명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국립대병원은 차세대 의료 인력 양성과 임상 연구를 통한 의학 발전과 국가 경쟁력의 중심축이 되도록 그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국립의료원.지방공사의료원.보건소는 국가 공공의료의 중심축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 역할 분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권 명예교수는 일본에 도쿄대병원이 있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병원으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대병원이 있다며 서울대병원이 국가 경쟁력을 선도하며 세계 의학 발전의 중심에 서 국가 발전을 위해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명예교수는 서울의대를 나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장, 보건대학원장, 서울대학교병원장, 서울대학교 ·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문교부 · 보건사회부 · 환경처 장관, 대한민국학술원회장 등을 거쳤으며 현재 학교법인 성균관대학교 이사장, 대한민국학술원회원, 세계학술원 회원, 대한보건협회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