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7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낮은 보장성에다 상품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시장 방임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적으로 뇌졸중 보장에 있어 비중이 높은 뇌경색은 외면하면서 비중이 낮은 뇌출혈을 보장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환자에 대한 지급율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충북의대 이진석 교수 등에 의뢰한 ‘민간의료보험 실태와 영향’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 수입은 2005년 현재 7조 6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료의 수입의 42.1%, 국내 GDP의 0.84%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에 비해 민간의료보험 시장의 방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민간의료보험의 지급률은 지난 2003년 전체 평균 67.2%로 건강보험 116.2%(88~03년 지급률 평균합계)와 비교해 현저한 차이를 보였으며, 70~80% 수준인 외국 민간의료보험 지급률보다도 낮았다.
보장항목에서도 발생빈도가 높은 특정질환과 시술을 제외하거나 보험금을 차등지급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보험사들의 주요질환인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증과 같은 뇌혈관계질환과 심혈관계질환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뇌혈관계질환에서 뇌출혈의 비중이 23.9%에 불과하고 뇌경색이 뇌혈관질환의 58.1%를 차지하지만 상당수의 보험사들은 뇌출혈만 보장하거나 뇌경색에 대해서는 뇌출혈보다 적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 9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입자의 24.8%는 불만족하다고 응답했으며 사유로는 ‘보상혜택이 적다’(30.2%), ‘보험료가 비싸다’(11.2%), ‘혜택을 받는 데 절차가 복잡하다’(9.9%)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민간보험 가입 후 보험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76.8%나 됐으며 혜택을 받은 응답자 중에서도 63.8%는 단 1회만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진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민간보험이 상품 비교정보가 부족하며, 보상범위의 제한, 보험료 책정의 합리적 근거 불충분, 소비자 민원 빈발, 건강보험의 발전 저해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민간의료보험 확대는 국민의 적정부담 측면에서 볼 때 역기능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표준화를 통한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 보장과 보험사간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