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제살깎이식 환자 유치경쟁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의료법의 '맹점'을 이용한 다양한 광고기법들을 동원하며 너도나도 환자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2일 개원가에 따르면, 강남구에 위치한 B소아과는 최근 내원한 고객들에게 의원로고와 전화번호가 들어간 아기 장난감을 증정했다.
그러자 인근에 위치한 S소아과는 의원이름과 전화번호가 들어간 색연필, 노트 등 학용품을 증정하기 시작했다.
S소아과의 성모 원장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성 원장은 “전부 다 광고하는데 나만 안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의원들 모두 적어도 옆 의원보다는 효과적인 광고품을 사용하는데 혈안이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근 의원들을 신고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벌금도 작고 적발되면 면허정지 당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결국 방법은 보다 효과적인 광고뿐이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근에 최근 개원한 P성형외과의 경우 개원행사로 내원고객에 응모권을 배부, 가습기 등을 상품으로 내걸었다.
P의원 박모 원장은 “개원 초기에 고객을 모으는 것이 의원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효과적 홍보방안을 찾다가 이런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광고로 포장된 고객유인행위에 주변 의원들은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B소아과 인근 G피부과 홍모 원장은 “이런식으로 진행되다가는 출혈경쟁이 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그렇게 되면 결국 환자와 개원의들 모두 피해를 보게 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광고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Y의원은 ‘고객을 유인하는 행위’로 의료법 25조 위반해 올해 벌금형을 받았다. 개원 후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중 내용이 충실한 것들에 대해 문화상품권을 증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Y의원 박모 원장은 “타 병원들은 TV까지 경품으로 주는 곳도 봤다”며 “50% 의료할인권 등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설문조사에 대한 성의로 겨우 만원짜리 문화상품권 한 장을 준 것을 이렇게 까지 해야겠느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성동구에 위치한 M안과는 병원 새 단장 기념행사로 라식수술환자들에게 의원이름이 들어간 CDP를 증정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의료법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CDP는 의원이름이 들어간 증정품으로 고객 유인행위라기 보다는 의원 광고를 위한 홍보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
개원가는 이처럼 불분명한 처벌기준이 과도한 광고행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G피부과 홍 원장은 “개원 초기에 포털사이트를 통해 응모한 응모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스킨스켈링 50% 할인행사를 했다가 경고처분을 받고 무산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되고 이것은 안되는 이유가 뭔지 정말 궁금하다”며 “광고와 유인행위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없어 개원의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광고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속기관인 보건소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다. 고객을 유인하고자 하는 명백한 의도가 나타나지 않으면 광고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보건소 관계자는 “의원의 고객 유인행위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실사를 나가 유인행위 여부를 판단한다”며 “유인행위로 여겨질 뚜렷한 증거가 없다면 광고의 범주로 넣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전 같지 않고 요즘은 알아서 다들 광고로 ‘포장’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위법행위로 적발되지 않는다”며 “광고로 인정되는데 어떻게 제재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관계자는 “의료법은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뿐 위법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보건소 담당자의 재량권”이라며 “그 재량권은 보건소 담당자의 몫인 만큼 담당자에 따라 위법여부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량으로 고객을 모아가거나 지속적이고 고의적이며 과도한 광고행위가 아닌 한 환자의 ‘알권리’를 위해 대체로 광고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실상 광고경쟁을 제제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