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이 환자 본인의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지 한달여 만에 수술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메디포스트가 지난달 이식 수술 직후 마치 울산대병원과 공동으로 수술에 성공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여서 김 빠진 맥주가 되고 말았다.
울산대병원 박상규(혈액종양내과.사진) 교수팀은 13일 국내 최초이자 전세계 두번째로 자신의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술을 통해 새생명을 되찾은 J군(35개월)은 올해 8월 골수검사를 받은 결과 재생 불량성 빈혈로 판정받았고, 울산대병원은 조혈모세포이식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울산대병원은 이 과정에서 J군이 출생당시 자신의 제대혈을 메디포스트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한달여 전에 수술에 들어갔다.
자신의 제대혈을 이용한 이식수술은 조직적합성 항원이 일치하는 골수공여자나 타인의 제대혈을 찾을 필요 없이 즉시 이식할 수 있으며, 부작용이 없는 장점이 있다.
J군은 현재 이식에 따른 생착이 무사히 이뤄진 가운데 감염을 막기 위한 특수병실인 무균실에서 백혈구를 포함한 혈액세포 수치의 증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자신의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은 2001년 미국에서 최초로 성공한 사례가 있으나, 제대혈의 역사가 깊지 않은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상규 교수는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아이들이 백혈병과 같은 치료가 힘든 각종 질병에 의해 소중한 생명을 빼앗기고 있는데 제대혈은 이런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제대혈 기증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상규 교수팀이 환자 본인의 제대혈을 이용해 조혈모세포이식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달 메디포스트가 공개한 상태다.
당시 메디포스트는 울산대병원과 공동으로 4세의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자신의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수술 직후 이런 내용이 기사화되자 울산대병원이 발끈했다.
울산대병원은 이식수술을 했다고 하지만 생착이 되지 않아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만 아니라 메디포스트와 공동으로 수술을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메디포스트가 보관하고 있는 J군의 제대혈을 단지 이용한 것이지 수술 전 과정은 울산대병원이 단독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울산대병원은 한달이 지난 지금도 메디포스트에 대해 여전히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메디포스트가 회사 주가를 올리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너무 상업적으로 악용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울산대병원이 이날 보도자료에서 J군의 제대혈을 보관한 메디포스트를 ‘M사’로 표기한 것도 이같은 노기를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