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개원한 박모 원장은 얼마 전 아파트 부녀회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았다.
부녀회 측이 박 원장의 내과에서 시술하는 태반주사제를 싸게 해달라는 요구 때문이다.
박 원장은 자칫 태반주사제가 덤핑화 될 우려에 거절하려 했지만 부녀회에 한번 잘 못 소문나면 문을 닫는다는 진언에 따라 결국 부녀회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이처럼 박 원장의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 개원가들은 부녀회 측 혹은 주민들과의 유대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정동 한 아파트 단지 내 개원한 S의원 이모 원장에 따르면 바자회나 부녀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협찬 명목으로 찬조금을 요구하는 일은 부지기수.
이 원장은 “다행히 상가 번영회 측에서 관리비의 일정 금액을 떼어 주고 있어 마음을 놓고 있지만 가끔 부녀회와의 유대관계를 위해 간혹 찬조금을 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녀회와의 관계에 대해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 원장은 개원 6년 동안 무사히 아파트 부녀회 측과 큰 마찰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은 바로 ‘불가근 불가원’ 원칙을 세워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원장 역시 주변에 경쟁 상대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지금이야 아파트 주변에 따로 경쟁 의원이 없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태반 주사 등 비보험 진료를 싸게 해달라는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량진동 아파트 단지 내 개원한 김모 원장은 명절이나 연말이 걱정스럽다. 그는 아파트 노인정 측에서 때마다 후원금 명목으로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아파트 주민들과의 유대관계를 위해 단 한번도 거절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부녀회나 주민들이 우리가 아파트 주민들의 입소문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이를 이용하는 거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한 번 잘 못 소문나면 회생이 힘들다는 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