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대병원이 ‘국가중앙병원’ ‘줄기세포 연구의 메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위기에 처했다.
서울대병원 성상철 원장은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실을 발표하자 기자회견을 자처해 “실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 원장은 “서울대병원은 난치병 치료를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 지난 10월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출범시켰다”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본의 아니게 실망을 안겨드려 병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표했다.
사실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출범은 줄기세포 연구를 우리나라와 서울대병원이 주도한다는 그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당시 여당에서 제기한 서울대병원 특권론을 잠재울 수 있는 회심의 카드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구논회(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6월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안을 발의하자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그간 의학 연구, 임상, 교육을 이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점을 부곽 시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급기야 병원의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서 일부를 병원 내부로 이전하면서까지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유치해 위상을 한층 강화하는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울대병원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위상 실추가 불가피하다.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은 결과적으로 황우석 교수의 환자 맞춤형 배아복제 줄기세포주 연구결과와 향후 난치병 치료 응용가능성을 엄중히 검증하지 않은 채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출범,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환자들을 좌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임시국회나 내년초 국회 교육위가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안을 심의할 경우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의 위상을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을 피력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조사결과 황우석 교수의 환자 맞춤형 배아복제 줄기세포주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존재 이유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
이미 서울의대 김중곤 교수 등은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병원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성상철 원장도 “줄기세포연구가 난치병 치료에 중요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이 분야 연구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부와 관련 기관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허브 운영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