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를 과다처방한 의료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행정법원의 판결과 관련, 의료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항생제 치료가이드라인과 과다처방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처방빈도를 기준으로 실명을 공개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의대 교과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처방가이드라인과 과다처방에 대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심평원의 잣대로 항생제 과다처방 의료기관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항생제 과다처방 의료기관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환자 중증도와 질병, 기관 특성, 약의 종류 등을 종합 검토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단순히 처방빈도를 기준으로 공개하면 환자들의 불신만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권순일 부장판사)는 5일 참여연대가 지난해 6월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항생제 과다처방 병의원 명단공개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를 내렸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개원가도 발끈하고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장동익 회장은 “의사 처방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고 규격화, 공산품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의사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실명을 공개하느냐”고 비난했다.
장 회장은 “항생제를 과다사용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국가나 의사단체가 나서서 계도하면 된다”면서 “신상을 공개하려는 것은 인권 모독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관계자는 "현재 심평원과 학회, 전문가를 중심으로 항생제 약제별 심사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이런 작업을 거치지 않고 과다처방 의료기관을 공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