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이틀동안 열린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결국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이 유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이어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대체로 무난한 인사청문회를 치렀다는 평가다.
청와대도 이에 화답하듯 8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내정 사실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면서 재확인했다. 인사청문회 진행상황을 보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던 청와대가 유 내정자의 기용에 자신감을 얻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유시민 내정자에 대해 '절대 부적격'이라며 장관 기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적격과 부적격의 간극이 너무나 큰 여야는 경과보고서도 결국 채택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 내정자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보건의료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밝혀 ‘친시장적’이라는 지적을 상당부분 씻어냈다는 평가다. 시민단체들은 유 내정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의료산업화’ 정책의 계승자라는 판단에서 장관 기용을 반대해왔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열린우리당 문병호, 김선미 의원 등은 이같은 우려로 연이틀 의료에 대한 철학과 의료산업화,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거듭 물었다.
이에 대해 유 내정자는 일관되게 “나는 시장주의자가 아니다”면서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건의료서비스를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잘 받도록 하는 것이 선진화”라며 공공의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전임 장관 시절에 대응이 미진하다고 평가받던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에 대해서도 “모럴해저드가 우려된다”면서 “취임하면 곧바로 검토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당초 장관 기용을 반대해 왔던 현애자 의원이 <오마이뉴스>에 “(유 내정자가) 참여정부의 기조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공공 부문에조차 경제적 논리가 개입하면 어떤 현실이 초래되는지 파악하고 있고, 구체적인 해결 과정에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유 내정자는 특히 이번 청문회에서 지금껏 보여왔던 소위 ‘튄다’는 모습을 스스로 불식시킴으로써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장관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한 모습으로 목소리를 낮췄고 거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도 흥분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 유시민을 버리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국민만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대립각을 세우던 일부 언론과도 “보건복지를 위해서라면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서도 국민연금, 실손형보험, 보험약 Positive 도입 등 현안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밝히기도 해 정책 추진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그러나 유시민 내정자의 장관 기용에 반대한 한나라당의 존재는 향후 장관으로서 업무를 추진하는 데 짐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반대한 인물이 장관에 기용되면 국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기간동안 서울대프락치 사건, 국민연금 미납 등을 가지고 집중 포화를 퍼부으면서 유 내정자의 자진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대프락치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이 사건을 쟁점화하면서 오히려 유 내정자의 과거에 대한 오해가 상당부문 해소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 내정자는 “(서울대 프락치사건은) 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었으며, 피해를 당하신 분은 고통에 한이 맺혔고 저도 폭력 전과를 안고 살아왔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시 서울대생들을 대신해 사과드린다”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유시민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이튿날 끝무렵 이석현 보건복지위원장의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하라"는 주문에 도종환의 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의미심장하게 직접 낭독했다.
첫째날 ‘과천가는 길이 멀다’는 유 내정자에게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 무엇이었을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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