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골방에서 만화를 보며, 만화가를 꿈꾸었고 독학으로 습작을 하며 그 꿈을 키워왔다. 의사가 되었지만 꿈을 쉽게 접을 수 없었던 그는 3년전 자신의 전공분야인 해부학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매일 만화를 읽고, 그리고, 저녁에는 만화의 소재를 찾기 위해 지인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고... 이렇게 완성된 것이 장장 150편에 이르는 해부학 명랑만화 '해랑 선생의 일기'다.
주인공 '해랑선생'은 정민석 교수 자신의 모습이다.
'해랑선생'은 매회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놓고, 관련된 해부학 지식을 의대생들은 물론 일반인도 알기 쉽도록 설명해준다.
정 교수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공부를 시킬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 '해랑 선생의 일기"를 기획하게 됐다"며 "학습적인 면 외에도 나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재미있는 이야기나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 의사 뿐 아니라 모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작업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자신의 만화를 읽고 웃어주는 독자들을 생각하면 힘이 났다.
그는 "동료, 후배 의사들이 '재미있었다'고 말해주면 그 날은 작업이 술술 풀린다"며 "이런 보람때문에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치지 않고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만화에는 그만의 '만화철학'이 살아 숨쉬고 있다.
정 교수는 "만화는 작가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위력적인 매체"라며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와 독자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화란 재미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만화로서의 값어치가 없다"며 "여기에 유익하기까지 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150편의 만화를 그렸지만 그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를 집필한 이원복 교수처럼, 임상의학 관련 장편만화를 그리는 것은 그의 오랜 꿈이다.
정 교수는 "심장병, 허리병 등 각 분야를 1권의 책으로 담아, 임상의학 전반에 관한 시리즈물을 준비하고 있다"며 "매우 방대한 작업이 되겠지만 주변에 훌륭한 동료의사, 임상교수들이 지지해 주고 있는 만큼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꿈꾸는 의사' 정 교수의 '해랑 선생의 일기'는 아주대학교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화요일마다 1편씩 연재되고 있으며, 정 교수의 홈페이지(anatomy.co.kr)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