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해 7월 멀쩡한 40대 남자가 정신병원에 의해 4년간 강제 입원했다는 보도와 관련, 해당 정신병원이 방송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이 기각됐다.
부산지방법원 제7부민사부는 부산의 모정신병원 박모원장이 KBS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최근 기각했다.
KBS는 지난해 7월 7일 2TV ‘뉴스타임’과 KBS 1TV ‘뉴스광장’ 부산권 뉴스에서 ‘어느 40대의 잃어버린 4년’이란 제목으로 술에 취해 쓰러졌던 40대 남자가 부산의 모 정신병원에 4년간 강제 수용되었고, 엉터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관리되었다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다.
당시 피해자 K씨는 KBS 인터뷰에서 경찰에 의해 이 정신병원으로 보내졌으며, 다음날 자신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퇴원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보호자가 직접 와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K씨는 보호자가 없었지만 건설근로자였고, 거주지가 있다고 애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으며, 감독행정기관 역시 엉터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행려환자 취급을 받으면서 입원해 있는 동안 말초신경장애와 실명으로 장애인이 됐다는 것이다.
해당 병원은 K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K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신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인계될 당시 기재됐던 다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대신 관할 구청으로부터 부여받은 관리번호로 관리해 왔다.
이와 관련 법원은 판결문에서 KBS 기자는 병원이 경찰서에 의해 응급 입원된 K씨에게 알코올 남용 및 의존증이 있었다고 진단했지만 그에게 신원확인 자료나 보호의무자가 없어 정신보건법령에 정한 바에 따라 입원치료했다는 사실을 취재했으면서 보도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병원이 편의상 최초 경찰서로부터 인계서류에 기재된 다른 이름과 구청에서 부여한 의료급여환자 관리번호를 주민등록번호란에 기재해온 사실을 KBS측이 취재했지만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병원측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방송 전체의 내용과 그 취재경위, 보도 후의 정황에 비춰볼 때 방송사는 정신보건법령상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취재된 사실관계를 단순화시켜 그 일부 측면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정보도요청을 기각했다.
부산지방법원은 “병원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그 전체적인 맥락에서 중요 부분이 진실에 합치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방송 보도에 있어 취재된 복잡한 사실관계를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만을 강조했다고 해서 언론 보도가 진실되지 않다는 판단할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사건은 KBS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에서도 다뤘고, 비슷한 시기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환자의 신체자유를 침해한 다른 정신병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