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의 ‘담배 제조 및 매매 금지법’ 입법 청원에 이어 개그맨 김형곤 씨의 돌연사 등을 계기로 흡연자들의 입지가 더욱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러바사스시는 17일부터 모든 실외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담배 피는 의사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전 연세의대 교수.사진)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금연을 권고해야 한다”면서 “의사의 흡연율은 일반 국민들보다 낮지만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담배를 피는 것은 의학에 대한 경외심이 부족하고, 적절하지 못하다”고 못 박았다.
의사는 이미 의학연구 결과 검증된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환자들을 치료하기 때문에 흡연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않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보건의료인은 금연의 모범이 돼야 하고 환자에게도 적극 권고해야 하는데 몰래 피우는 것은 몰라도 남들이 보는 앞에서 해선 안된다”면서 “이는 스님이 고기를 즐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기호품인 담배를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과 관련, 김 회장은 “건전한 기호품이라면 개인이 판단할 수 있지만 흡연을 하는 이유는 니코틴 중독”이라면서 “약물에 의한 쾌감을 기호로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김 회장은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때 흡연 여부를 물어보고, 금연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잘 하고 있지만 심장병 환자가 왔는데도 흡연 여부를 묻지 않는 의사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일순 회장 역시 의대에 재학할 때와 군 복무 시절 흡연했지만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담배를 끊었고, 45년째 담배를 입에 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국립암센터 박재갑 전원장은 암센터 구내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처럼 병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아직도 일부 병원은 병실에서 흡연하는 것을 방치하고, 심지어 의사가 응급실 앞에서 자주 담배를 피워 고생스럽다고 민원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모든 의사가 금연하고, 모든 환자에게 담배를 끊도록 하면 굉장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일부 선진국은 흡연하는 환자는 수술후 부작용이 많아 수술을 거부할 정도로 철저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지난해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의사의 흡연 금연진료와 윤리’ 발표를 통해 “의사의 흡연이 직무수행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흡연율은 0%가 돼야 한다”고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