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진단|의학전문대학원은 돈먹는 하마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시행된지 3년이 지났지만 등록금 인상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다양한 학부 졸업생들에게 의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전원의 취지와 달리 1천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과 비싼 입시 준비 비용으로 상당수 지원자들은 의학도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전원 입시수험생과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게재 순서>--------
1.비싼 입시 비용, 무전유죄인가
2.등록금만 1천만원, 빚더미 오른 의학도
3.수업은 같은 강의실, 등록금은 2배
A의학전문대학원생 05학번 윤이현(가명ㆍ28)씨는 약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뒤로하고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윤씨의 한 학기 등록금은 850여만원. 지난 겨울방학 내내 하루 종일 약국에서 일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강후에도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등록금이요? 전액 대출받았어요. 아르바이트는 생활비를 모으기 위해하고 있어요. 이 나이에 집에서 생활비 받기가 참 그렇더라고요. 이제 3학년이 되면 공부만 해야 할 테니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바짝 모아둬야지요.”
올해로 스물여덟이 된 그는 결혼에 대해서는 “글쎄요. 지금은 (결혼할)사람도 없지만 사람이 있다 해도 돈이 없어서 못할걸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등록금 1천만원을 앞두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 윤씨와 같은 경우를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상당수의 의대가 2009년까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진학 희망자들의 등록금 고민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마이너스 생활 '한숨만'
“마이너스 생활, 마이너스 인생...그냥 의사가 아닌 정말 좋은 의사가 돼야겠다는 희망하나로 견디고 있습니다.”
B의학전문대학원생 05학번 김승현(가명ㆍ27)씨는 동기들의 생활을 이 한마디로 압축하며 ‘마이너스 생활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였던 이승용(가명ㆍ34)씨는 작년, 의학도의 길로 접어들었다. 아내와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수입없이 공부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매 학기 엄청난 액수의 등록금은 그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씨는 애칭으로 ‘마이너스 통장’이라 불리울 만큼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은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생활비까지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남은 의학전문대학원 수업을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는 하지만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열에 아홉은 빚1억원 안고 졸업...3~5년간 갚을 계획
Y대학병원 간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의사의 길을 택한 김씨 또한 재학 중 등록금 전액을 대출받을 예정이다. 웬만한 집 아니고서야 매 학기 1천만원에 가까운 학비와 생활비를 대는 것은 무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부모님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 학자금대출 가능 액수가 최대 6천만원으로 매 학기 1천만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지불해야하는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4년 간 학자금대출을 받는 게 불가능할 거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김씨는 “의학전문대학원 등록금이 오른 만큼 학자금 대출 가능 액수도 올라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학전문대학원생 열에 아홉은 대출을 받아 공부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졸업까지 대출액과 생활비까지 1억원 정도의 빚을 예상하고 있다”며 “대출받은 돈은 짧게는 3~4년, 길게는 5년까지 돈을 갚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대출액이 크다보니 이자만해도 만만치 않다"며 "처음 1년은 5만원정도였지만 앞으로 10만원 20만원으로 크게 늘어날텐데 대출 이자낼 것도 걱정"이라고 거들었다.
그래도 이들은 사회적 기반을 닦아놓은 상태에서 시작해 안정적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의전원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경제적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욱 극심하다.
대학교(생화학과 전공)졸업 후 바로 의학전문대학원 행을 선택한 유지은(가명ㆍ26)씨는 “합격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지만 등록금 액수를 확인하고 갈등했다”며 “평범한 직장인이 될 것 인가 다시 한번 도전해볼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었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나의 고민의 가장 큰 부분은 등록금문제로 의사가 되기 위해 1천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투자해야하는가라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며 “실제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다가 1학년 초반에 자퇴를 한 경우도 일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 등록금 1천만원 “어쩔 수 없는 선택”
학교 측은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한 의학전문대학원 학장은 “석사과정이 없어지기 때문에 의대 입장에서 재원보충을 위해 의대보다 2배 많은 1천만원선으로 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의대와 의전원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등록금을 놓고 빚어지는 갈등은 한동안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전원 한 재학생은 “모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의대 학생들은 너무 싼 등록금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아왔다”며 “이제야 교육의 질에 맞는 등록금이 책정된 것이라고 말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