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건강보험 심사제도 이대론 안된다
건강보험 심사제도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거덜난 건강보험 재정 때문이다. 돈이 없다 보니 건강보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심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심사의 합리성 일관성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건전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과 의료 행위와 급여기준과의 관계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평원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재정 누수의 주범중 하나로 의료계를 지목하며 허위 부정청구 색출에 매달리고 있다. 건강보험 심사제도의 실태를 4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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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탄| 의료현실 외면하는 심사기준(지난 6월2일자)
|제2탄|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 시급(지난 6월3일자)
|제3탄| 재정건전화 근본대책 세워라(지난 6월 4일자)
|제4탄| 심평원 독립전문기관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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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급여심사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위해서 반드시 이뤄야 할 전제조건으로 심평원의 예산, 인사, 심사․평가 부문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행 구조 하에서는 심평원이 설립 당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건강보험 재정난 해소를 위한 정책지원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라는 것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세의대 조우현 교수는 “심평원이 우선적인 독립을 이루어야 하는 부문은 심사 ․ 평가업무”라며 “심평원의 원래 취지인 전문성 있는 적정심사와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나 통제는 복지부의 업무이기 때문에 심평원이 공단으로부터 자유스럽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심평원이나 공단이 제도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있더라도 결국 복지부의 통제 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도 “의사단체들이 문제화하는 것은 심평원의 심사 및 평가가 합리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는 결국 복지부의 의도와 보험재정에 모든 해법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많은 부당삭감 사례가 결국 임의적 심사에 의한 것이고 이는 심사제도를 보험재정 절감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02년 의료기관의 심사조정건율 및 심사조정액율은 2001년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의원의 심사조정건율은 입원의 경우 48.74%로 2건중 1건이 삭감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조정액도 1.57%에서 2.08%로 상승했다.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선희 교수는 “(심평원이)별도의 독립된 예산계정 없이 보험자 부담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행 구조에서 보험자와 독립적으로 공정한 심사를 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실제로 심평원의 현재 구성 인력에 대한 양적 질적 측면과 운영성 측면을 고려할 때 심사의 전문성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의료보장과 의료서비스 질을 함께 추구해야 할 단계에 있으며 효과와 효율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역할은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며 “요양급여의 외형적 틀을 결정짓는 심사내용의 합리성을 담보하려면 보험자와 독립된 조직에 의한 공정한 심사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원의협의회 한 관계자도 “인사와 재정 면에서 완전한 독립을 이루어야 심사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확보방안으로는 정부에서 기금형태로 일정부분을 지원하고 보험자로부터 심사수당을 올려 받는 방안이 제시됐다.
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의 경우처럼 심평원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를 복지부장관이 임명하는 제도도 독립성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보험체계를 가진 일본의 경우처럼 각계에서 추천된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호선을 통해 심평원장을 임명해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립성이 확보 안 되면 아무리 많은 의사들이 심평원에 들어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심평원의 심사기준에 문제가 있어 복지부에 문의를 했더니 복지부는 심평원에 물어 회신을 해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심평원은 현재로도 독립된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같은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의 주장은 내부의 목소리일 뿐 객관성을 갖지 못한다"면서 "심평원의 독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의료계와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