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는 미운오리로 전락했는데 식대 수가마저 턱없이 낮아 미운털까지 박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저출산과 의료분쟁 급증 등으로 산부인과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6월부터 식대수가가 보험 급여로 전환하면서 대학병원내 산부인과의 입지가 더욱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7일 “산부인과는 산모를 위해 식사뿐만 아니라 간식까지 나가야 하는데 정부가 정한 밥값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런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식대 수가가 관행수가보다 턱 없이 낮다고 하더라도 식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없어 고스란히 병원이 떠안아야 할 판”이라면서 “가뜩이나 병원에서 산부인과가 미운오리로 전락했는데 이렇게 되면 분만실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라는 압박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평가 결과 중소 종합병원의 50% 가량이 사실상 산부인과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국내 굴지의 모 대학병원에서도 최근 분만실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 대학병원은 산부인과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이를 백지화되긴 했지만 이는 산부인과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사례다.
또 다른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부인과는 수가도 낮지만 위험도가 가장 높고, 분만건수가 들쭉날쭉이어서 분만실 공실률이 높다”면서 “이 때문에 대학병원에서조차 분만실을 축소 내지 폐쇄하려는 마당에 식대 수가마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이제 미운털까지 박히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병원의 경우 조산환자가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길게는 3개월까지 입원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불필요한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입원에 따른 수가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밥값까지 손해를 본다면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경영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 산부인과를 우선 구조조정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한림의대) 의료보험위원장은 “정부가 적정수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중소병원 상당수가 산부인과를 폐지하고 있고, 이런 현상은 대학병원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수요자의 보장성만 고려할 게 아니라 의료공급자도 생각하는 정책을 펴야한다”면서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가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