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고용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국내사업장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 대해서도 국내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토록 하면서, 외국인 건보 직장가입자의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3일 건강보험공단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현황’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외국인 건보 직장가입자의 수는 1월에 12만5,900명으로 전월대비 9.3% 증가했으며, 2월과 3월에는 각각 13만900명(4%), 13만5,000명(3.4%)으로 늘었다.
3개월간 총 2만여명이 늘어난 셈으로, 이는 1998년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래 직장가입자수가 작년말까지 8년간 총 21만5,198명, 분기별 평균 6,725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해보면 4배에 가까운 증가세다.
동일기간 지역가입자와 비교해보면 직장가입자수는 3개월새 2만명 늘어, 17.4%의 증가세를 보인데 반해 지역가입자는 688명, 1.2% 증가에 그쳤다.
지역가입자수는 1월에 전월대비 948명(1.7%) 늘어난 5만6,186명이었으며, 2월에는 전월보다 오히려 309명(-0.6%) 줄어 5만5,877명, 3월에는 다시 49명(0.1%)이 늘어난 5만5,926명으로 집계됐다.
건보공단 자격징수실 관계자는 “특별한 변수가 없었던 지역가입자 수를 자연증가분으로 볼 때 직장가입자의 증가는 폭발적인 수준”이라며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건보 당연적용 제도의 효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당연적용 미적용인구(지역가입대상) 등을 제외하고 실적용 인구는 18만명 선으로 추계되고 있다”며 “성장폭이 다소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당분간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 의료지원수준은 여전히 미흡해 보다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외국인종합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실제 건강보험 적용으로 외국인에 대한 의료보장성이 강화됐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제도시행 전에 비해 의료이용이 편리해졌다든지, 비용부담이 적어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대전외국인노동자종합지원센터 관계자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시간이 없고 이용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잘 가지 않는다”며 “따라서 건강보험 의무적용에 따라 외국인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지원이 확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건강보험 대상자 확대와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 확충, 이용 편의성 제고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또 상대적으로 이용이 많은 '무료진료소'에 대한 의료장비, 약품 지원 등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월 국제의료발전재단의 '외국인 노동자 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12.8%는 아파도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진료비 부담이 36.1%로 가장 많았고,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응답도 30.5%로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