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노조가 노조 출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가운데 왜 출범이 늦어지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공의노조는 당초 16일께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노조출범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혁 전공의노조위원장이 김철수 대한병원협회장과 만남을 가지면서 17일 오전으로 늦춰졌다.
그러나 17일 밤까지도 전공의노조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노조 출범이 지지부진되고 있는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 '전공의'라는 현실적 한계
대한전공의협의회 한 관계자는 전공의라는 출신의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 출범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도 당장 병원에서는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교수가 노조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수련을 하는 입장에서는 뜻을 펼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것.
일부 전공의 노조를 적극 지지하는 교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교수들은 노조 출범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병원의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 전공의노조위원장의 사퇴 이유에 대해 병원 측의 압력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것 또한 이러한 병원 내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모여서 뜻을 교환하고 일을 추진하기에는 빡빡한 전공의들의 일정도 노조 출범을 지연시키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당장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한 전공의는 노조출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노조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적극 나설 만큼 남아있는 여력이 없다”며 “먼 산 불 구경하듯 지켜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전공의 당사자들이 ‘노조’라는 것에 대해 다소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조라는 것은 노동자 집단으로 거칠고 피사용자의 입장이 돼야하는데 사회적으로 상류층을 차지하고 있는 의사의 권위가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는 심리도 일부 존재한다.
- 핵심 간부 빠져나간 대전협 집행부
한편 노조 출범을 진두지휘하며 이끌어가야 할 전공의노조 즉 대전협 집행부가 부실하다는 여론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작년 말 기획이사, 홍보이사, 복지이사 등 새임원진을 구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지만 “자리 채워 넣기식의 인사였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로 삼성의료원, 연세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등 메이저병원의 전공의대표가 빠졌다는 것은 노조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과거 전공의노조 설립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김주경 사무총장이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경험자의 방향성 제시 부재라는 면에서 아쉽다.
전공의노조를 이끌고 있는 이혁 노조위원장의 강력한 리더쉽이 요구되는 가운데 노조 출범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