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화를 미래사회의 이상향으로 치부하는 정부와 병원계의 단순논리는 의료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추상적 개념의 EMR(전자의무기록) 접근은 기대에 불과할 뿐 사용자를 설득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브란스병원 김용욱 교수(성형외과)는 13일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열린 의료정보학회 춘계학회에서 “현재 확산되고 있는 의료정보화를 흐름으로 여겨 추상적, 개념적 기대를 가지는 것보다 의료환경에서 사용자를 설득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모색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새세브란스병원 EMR 개발과정의 책임자로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EMR의 기대와 현실’ 강연에서 “첨단시스템 개발을 위한 투자시 경영자와 의료진은 교과서에 게재된 이상적인 문구만을 강조하는 현실”이라며 “의료기관 정보화시 나타나는 변수와 상황을 수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가는 경영인의 의지가 없다면 바람은 요원에 불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례로 그는 EMR 구축시 의료사고 예방과 통계 산출, 수기기록 부재, 종이없는 병원 등을 기대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사고 예방 항목결정, 자료입력 유효성 검증, 동의서 등 수기기록 및 종이있는 병원 등이 지속적으로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EHR(전자건강기록) 구축사업과 관련, “의료정보화가 의료비 감소와 질병·수가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공공과 사립으로 분리된 현 의료체계와 관리체계 부재속에서 가능한가”라고 전제하고 “정부가 주창하는 미래 의료산업 아이템 창출도 의료정보화 기반과 장비에 대한 표준화 없이 앞서 나가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정보화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의료정보화가 지닌 기대에만 국한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기관, 사용자, 개발업체 등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정보화 흐름에 발맞춰 시스템을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EHR 역시 생성과 발전, 쇠퇴, 소멸, 분화로 이어지는 생명주기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용욱 교수는 “새 세브란스병원의 EMR 사업에 관여하면서 자료조작이나 데이터 유출 등의 문제점은 불가능하다고 믿고있으나 솔직히 이를 장담할 수 없다”고 언급하고 “사용자와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시스템 검증과 개선 없이는 의료정보화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