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 사립으로 구분된 대학과 병원간 보이지 않은 거리감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부정책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보다 개인적 안위를 위한 반목과 질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의학계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대부분이 최근 무한경쟁을 위한 가혹한 생존경쟁으로 인해 정부 정책에 대한 공동대응이 급격히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과대학의 경우,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시 이를 반대하는 대정부 건의문과 교수 궐기대회 등 41개 대학이 혼연일치된 모습을 보이며 의료계와 후학들의 발전에 숨은 일꾼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학병원도 같은시기 가운을 벗고 병원 밖으로 나간 전공의들을 위해 교수진이 응급실을 지키는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제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의료비 삭감 등 정부의 강경방침에 병원계를 대표해 악전고투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1~2년 전부터 의과대학은 국립과 사립으로, 대학병원은 독자 생존 등의 무질서속에 혼란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현실에는 의료계 내부의 문제점도 내포되어 있으나 의료계를 바라보는 참여정부의 시각이 대학과 병원의 불협화음을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시행전 모든 의학계의 우려가 제기된 의학전문대학원과 관련, 교육부 당근정책에 ‘예스맨’을 자임한 일부 사립대의 친정부적 태도와 국립대의 눈치보기식 지원서 제출은 전환비율 ‘50대 50’으로 봉합됐으나 아직도 대학별 불화산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국립의대 한 학장은 “얼마전부터 의대학장회의에서 각종 현안과 대책을 논의할 때 일부 사립대 학장들의 발언에 간담이 서늘해 진다”며 “어떠한 문제점을 제기하면 자신들만의 대학생존에 누구도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의 대화가 오고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교육이라는 표준화된 대학과 달리 명성에 따라 일일 수백에서 수천 명의 외래환자 차이를 보이는 대학병원들은 더 이상 동등한 병원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보호막 구축과 자금 줄잡기에 애쓰는 모습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서울대병원을 비롯하여 삼성서울과 서울아산, 세브란스, 가톨릭 등 소위 ‘빅 5’로 불리는 대형병원의 암 병동 증축으로 암을 경쟁력으로 한 대학병원간 전쟁을 예고하고 있으며 지방 대학병원도 지역암센터 유치와 정부 지원금 등 생존전략을 위한 묘책찾기에 분주한 상태이다.
특히 지난해 복지부 이관을 반대해온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국립대병원이 국립의대학장단의 반대 견해에도 불구하고 올해 돌연 이관 찬성으로 돌아선 부분은 이익을 위해서는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병원계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2000년 여름 따가운 햇볕속에서 운동장에 앉아 의약분업 반대를 외치던 전국 의대교수들은 현재 사립은 이사장이 시키는대로, 국립은 주인없는 무주공산으로서 학장과 원장으로 변신한 것은 아닌지 이해하기 힘든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