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임상종양학회가 외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임상종양 인증의제 도입을 추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6월부터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1차례씩 인정자격시험을 치러 암예방에서 항암제의 임상연구,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이르기까지 암 환자에 대한 전인적인 관리를 담당할 인재들을 발굴하겠다는 것.
이는 사실상 외과 전문의들의 항암제 사용을 공식 인증하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향후 혈액종양내과 등과의 심각한 갈등이 예상된다.
임상종양학회 정상설(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외과장) 이사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보다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진료를 희망하고 있으나, 현행 의료체계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의사중심 의료분류체계를 시장중심으로 전면 개편해 나가야 하며, '임상종양 인증의제'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논리를 무시한채 진료과목간 영역다툼을 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특히 종양부문의 경우 첨예한 대립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외과에서는 '내가 수술한 환자니까 내가 관리하겠다', 혈액종양내과에서는 '항암제쓰니까 우리영역이다' 는 등 입장차이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초기 위암에 대한 내과에서의 내시경 절제술은 옛날 기준에서 보면 명백히 외과영역을 침해한 행위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초음파검사는 진단검사의학과, 항암제투여는 혈액종양내과의 고유영역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진료과 의사들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혈액종양내과의 경우 200여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나"며 "무조건 영역침범은 절대 안된다고 방어만할 것이 아니라, 해당 학회차원에서 전문의들을 교육시켜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수를 늘리는 것이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종양전문의'를 정의할 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의학회 차원에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복지부 고시령을 보니 '종양전문의(혈액종양전문의)'라고 표기해 놓았던데, 그렇다면 암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인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의사들은 종양 전문의가 아니란 말인가"라며 "전문성에 대한 고려없이 이익단체의 목소리만 반영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이사장은 "여러 단체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정부주도의 합의도출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학회들이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의학회가 주축이되서 합의의 장을 만들고 복지부와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은 "처음부터 모든 의학회를 포괄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임상종양학회의 활동이 향후 의료체계를 개편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노력이 향후 다른 학회들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순히 인증의제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의학회와 국가의 인증을 받아 위, 암, 대장 세부전문의제도로의 확대, 명실공히 종양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상종양학회는 대한외과학회의 자학회로, 종양에 대한 임상연구 발표 및 지식의 교환, 종양에 대한 효율적인 임상 연구와 치료의 발전을 목적으로 지난해 5월 공식창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