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원장 박용현)이 최근 간병인 문제를 둘러싸고 생존권을 외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는 60여명의 간병인들과 병원 합리화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을 주장하는 병원과 극하게 대립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병원 보건의료노조와 참여연대 여성단체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의 문제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며 병원을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특히 박용현 원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고 면담 요청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서울대병원의 간병인 문제를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
<글 싣는 순서> Ⅰ. 서울대병원 간병인 실태
Ⅱ.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 쟁점
Ⅲ. 해법을 찾아서
------------------------------------------------------------
서울대병원(원장 박용현)에서 만 8년째 간병인 일을 하고 있는 김정임(48•중곡동)씨는 집에서는 가장으로 대학생과 중학생 아들 둘을 두고 있다.
김씨가 하루 12시간에 3만5천원 또는 24시간 꼬박 일을 하고 환자 보호자에게 일당으로 받는 돈은 5만원에서 5만5천원으로 월 130만원에서 150만원 수입이다.
김씨는 “여기에는 식대가 포함되어 있어 실수입은 이보다 적다"며 "간병하는 아줌마들 중에는 밥값을 아끼기 위해 환자가 먹다 남은 밥을 먹는 것이 예사이다”고 말했다.
평균 학력의 비정규직 여성 월평균 소득으로는 적지 않은 소득일 수도 있으나 주당 144시간 시급 2000원 노동은 가히 살인적이다.
김씨는 “간혹 어쩌다가 환자 보호자가 찾아 오는 날이면 어디 있을 때가 없어 복도에 나와 있으면 간호사가 왜 복도에 나와 있느냐고 야단치고 그래서 창고에 가면 간호조무사가 또 뭐라 하고 어디 있을 때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일주일에 한번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가면 밀린 빨래에 청소를 하고 일주일 아이들 먹을 것을 만들어 놓고 하다 보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나오게 된다”며 여성 가장으로서 힘겨운 이중노동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아이들 굶기지 않고 학교 보낼 수 있었던 일”이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간병인들이 병원에서 하는 일은 환자 수발하는 일이 대부분이나 때로는 간호사 업무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간병인은 무의식 환자 간병, 튜브로 식사, 흡입기로 가래뽑기, 소변량 체크, 투약 등 실제로 환자 간호와 연관된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임순애(58•불광동)씨는 “환자 밥 먹이고 대소변 수발에 목욕시키는 일이 주로 하는 일이지만 간호사가 급하면 썩션하고 호흡기 조절도 하고 체온을 체크하기 위해 체온계를 항시 개인적으로 휴대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간병인은 간호사가 아니므로 만일 간병인이 간호사 업무를 한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의한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되어야 하고 의료사고라도 난다면 그 책임은 간병인과 병원이 같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서울대병원에 간병인이 공식 인가 난 88년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간병일을 시작하여 14년 동안 하고 있다.
임씨는 "간혹 백혈병동에 있을 때는 까운을 2겹으로 입고 24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해야 하는데 매번 손을 씻어야 하니까 손바닥이 갈라진다"며 "돈도 돈이지만 백혈병동은 간병인들도 들어가기 꺼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간병인들의 수는 정확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지역에만 10여개가 넘는 간병인 알선업소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