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및 제약 업체에서 대규모 협찬을 받아, 직원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등 적십자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혈액안전 관리방안의 하나로 중점 추진 중인 '검사자동화장비' 도입과 관련, 특정 제약업체와 유착해 장비 시험을 목적으로 혈액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학회발표 논문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적십자사가 내부 규정을 위반한채 업체의 지원을 받아 혈액사업 국외출장을 9회나 다녀왔으며, 해외출장지에서 업체 직원들로부터 향응을 접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사 혈액사업 국제협력활동 기본지침에 '혈액사업 관련업체의 비용부담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적십자사는 2002년~2006년까지 총 9회에 걸쳐 의료기기 및 제약업체 7곳에서 외부협찬 명목으로 항공료, 숙박비, 식대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검사자동화장비' 도입과 관련, 특정업체와 유착해 해당업체에 유리하도록 관련 논문 데이터를 조작하는가 하면, 장비 시험을 목적으로 혈액을 무단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박 의원은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지난해 11월 열린 태국 국제수혈학회에 참석한 적십자사 직원들이, 검사자동화장비 제안 공모에 참여한 다국적 제약사 A업체로부터 식사와 관광 접대를 받았으며, 이후 학회 발표자료에서 일부 데이터를 조작, A사의 장비 민감도(specificity)를 높여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적십자사가 A사 검사자동화장비 시험을 위해 서울동부혈액원에서 2004년 12월부터 3개월여간 1만8,268건의 혈액을 사용한 정황도 파악되고 있는 상황.
박 의원은 "고가의 혈액검사장비 도입을 앞두고 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은 향후 결정될 ‘검사자동화장비’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으며, 채혈액 사용과 관련해서도 "장비 시험을 위한 혈액사용이 혈액관리법에 저촉되지는 않는지, 혈액 사용에 앞서 헌혈자들의 동의는 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