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SCI 논문 뻥튀기<상>
대학병원들이 SCI(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급 논문 게재건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지만 SCI급 논문으로 인정하는 잣대가 기관에 따라 모두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쟁관계에 있는 대학병원들은 상대방의 SCI 논문건수를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뻥튀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상반기 중 SCI 등재 학술지에 17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25일 발표한 바 있다. 2005년 같은 기간 120편을 발표한 것과 비교할 때 42%나 증가했다는 게 삼성서울병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SCI급 논문이 크게 늘었지만 논문 게재건수가 경쟁 대학병원보다 적어 공개할지를 놓고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서울대병원(서울의대 포함)은 지난 한해 SCI급 논문이 사상 처음으로 1천편을 넘은 1065편을 기록했고, 연세의대는 630여편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 발표한 SCI 논문건수는 성균관의대와 강북삼성병원에서 발표한 것을 제외한 것이고, 통상적으로 논문발표가 하반기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2006년 전체 논문건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대병원을 추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개 대학병원만 놓고 보더라도 SCI 논문 인정 기준이 서로 달라 서울대병원이 대학병원 가운데 SCI급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했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다.
일례로 삼성서울병원은 교수들이 아무리 유명한 국제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 하더라도 책임저자(교신저자)이거나 제1저자에 한해 SCI급 논문으로 집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가 제1저자로,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제2저자로 논문을 냈다면 삼성서울병원은 SCI 논문 1편으로 산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자병원 교수가 제1저자가 아닌 제2저자든, 제10저자든 이름만 올리면 SCI급 논문으로 합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SCI 눈문은 1편이지만 대학병원에서 집계되는 논문편수는 저자가 10명이라면 10편으로 늘어날 수 있는 모순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SCI 논문수가 뻥튀기되고 있다는 의혹은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제1저자와 교신저자가 다를 경우 교신저자까지 SCI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제기될 수 있다.
연세의대 관계자는 27일 “많게는 한 논문에 20명까지 저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논문을 일일이 대조하지 않으면 논문수가 과장될 수 있고, SCI 논문 인정 기준을 표준화하지 않으면 부풀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의대와 부속병원간에도 SCI 논문 인정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과 의대의 SCI 논문 인정 기준이 다를 수 있고, 의대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병원들은 경쟁병원의 SCI 논문건수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세의대측은 “우리보다 SCI 논문이 많은 대학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검증할 방법이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우리의 SCI 논문 산출방식은 타 병원과 비교할 때 매우 불리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선으로 일부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SCI 논문 인정기준이 모두 달랐고, 실제 논문을 검색해 보면 허수가 적지 않았다”면서 “SCI 논문건수를 산출하는 기준을 통일하고, 정확하게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CI 논문을 1년에 몇 편 발표하느냐가 의대와 대학병원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잣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