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의료현실을 외면한 채 의료기관들을 싸잡아 부당청구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호중(열린우리당) 의원은 26일 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진료비용 확인신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환불한 금액이 2003년 2억7200만원에서 2005년 14억8100만원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진료비 확인신청제도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본인이 낸 진료비가 과도하거나, 비급여 대상으로 진료받은 내역이 실제 보험적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심평원에 확인 요청하는 제도이다.
특히 윤 의원은 진료비 환불행위를 부당청구로 규정하고, 대형병원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의료소비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받고 있다며 부당 진료비 청구액이 많은 10개 의료기관 명단도 실명으로 공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윤 의원의 발표에 대해 의료기관들은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29일 “대형병원에서 진료비 환불액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건강보험제도가 의료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예를 들어 의사가 장기이식환자에게 반드시 특정 약을 처방해야 하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면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환자가 감염으로 사망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이를 경우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경위를 설명한 후 환자 동의서를 받은 후 비급여 의약품을 처방한다.
하지만 심평원은 환자가 퇴원후 진료비 확인신청제도를 이용해 본인이 낸 진료비가 적정한지 여부를 문의하면 보험약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의료기관에 환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상당수 의약품은 보험적용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 이보다 더 처방해야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그럴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환자에게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처방하지만 환자가 민원을 내면 전액 돌려줘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이런 진료비 환불사례를 부당청구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례들은 환자가 이의제기하면 해당 진료비 전액을 환불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의사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라면서 “진료비 환불건수의 대부분이 이런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급여 약을 쓴다고 의료기관에 한푼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악법도 법이어서 지켜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부당청구라고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따졌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지난 8월 이재용 신임 공단 이사장이 과거 치과의사 시절 진료비를 부당청구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이사장의 자질 문제를 거론했다.
이재용 이사장이 대구에서 L치과의원을 직접 운영할 당시 1995년 한 해에만 5건의 부당청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고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고 의원은 이 이사장의 부당청구 5건이 실제 허위청구인지, 착오청구인지, 과잉청구인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싸잡아 부당청구로 규정했고, 공단 역시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자료로 인해 전체 의료기관의 명예를 실추시킬 게 아니라 올해에는 옥석이 가려지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