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료기관에서 진료행위와 진료비 청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면서도 과징금 납부를 회피하거나, 가짜 폐업신고로 업무정지 조치를 피해가는 등 편법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기관의 도덕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최근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2006년 6월 현재 151개 의료기관이 75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8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2개소는 5년이 넘도록 과징금(2267만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2개소는 4년 이상(3243만원) △8개소는 3년 이상(3억7,314만원) 과징금 납부를 미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납액별로는 1억 이상이 16개소, 5000만원~1억이 23개소, 1000~5000만원이 79개소, 1000만원 이하가 33개소 등으로 집계됐다.
장향숙 의원 "병의원 137곳, 과징금 미납상태서 건보료 540억원 청구"
장 의원은 "이들 의료기관들이 법에서 규정된 과징금은 납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진료비(건강보험급여액)는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151개 기관 중 폐업 중인 14개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은 여전히 진료행위를 하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540억원에 이르는 진료비를 수령했음에도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것.
특히 그는 이 중 108개 기관에서 부과된 과징금보다 더 많은 보험급여비를 공단에 청구해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송파구에 위치한 A병원의 경우 2억5600만원의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43억의 진료비를 청구·수령했으며, 대구 북구의 B병원도 1053만원의 과징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현재까지 41억300만원의 진료비를 받았다.
장 의원은 "이들 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서 가져간 진료비가 부과된 과징금보다 6배나 많다"며 "과징금은 안내고 급여비만 받아가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과징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는 병·의원은 보험급여에서 과징금을 삭감하는 등 과징금 징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의적으로 과징금 납부를 회피하는 의료기관이 발생해도 현행법상 강제수단이 없어서 특별한 제재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또 과징금 분할납부 제도와 관련해서도 "현재의 분할납부제도는 그 취지와는 달리 일부 의료기관에서 과징금 납부책임을 고의로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복지부는 납부기간을 최소화하는 등의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복심 의원 "업무정지 기관, 바지사장 내세워 처분 회피"
한편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들이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편법으로 행정처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최근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업무정지 처분 이행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2001년~2005년까지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679개 기관 가운데 28개 기관에 대해 샘플조사를 실시한 결과, 75%인 21개 의료기관이 업무정지 처분을 받기 전에 폐업하고 동일 장소에서 개설자 명의를 변경하는 등 사례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업무정지 회피 사례로는 △동일장소 요양기관을 타인 명의로 변경해 운영 △ 동일 장소 요양기관을 관리의사 명의로 변경하고 행정처분을 받은 개설자가 동 기관의 봉직의로 신고하고 실질적으로 운영 △업무정지 기간 중 다른 지역에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유령 요양기관을 개설하고 행정처분을 받은 개설자는 동일 장소에서 타인명의로 변경하고 운영 등을 들었다.
장 의원은 "이 같이 편법으로 요양급여를 행하고 비용을 공단에 청구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법령 개정작업이 필요하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