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연구소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동안 이용해주신 환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병의원들이 늘면서 개원의들의 안타까운 변명이 늘고 있다.
개원의들은 직접적으로 '폐업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다른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영이 어려워서 폐업한다는 말을 직접 드러내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과계열은 폐업할 때 '수술하러 갑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신경외과라면 '척추수술 하러 갑니다'라고 한다.
내과계열을 비롯해 일반적인 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 '공동개원하기로 했다', '선배가 같이 일하자고 해서 선배병원에 들어간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근처 신경외과 의사가 척추수술 하러 간다고 폐업을 했다"면서 "알고보니 경영이 어려워 폐업을 한 것이더라"고 말했다.
'망해서 폐업했다'고 하면 병의원 자리에 다른 임대자를 찾기기 어려워 진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한 개원의는 "실제로 이들이 선배병원에 가는지, 공동개원하는지는 모를 일"이라면서 "차마 자존심은 꺾이고 싶지 않아 '폐업했다'는 말을 못하는 개원의의 심정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