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호흡기감염증에 대한 전산심사 제도가 올 8월 청구분(7월 진료분)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내과, 소아과 등 일부 개원가를 중심으로 획일적인 심사로 무더기 삭감사태를 빚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의협이 전산심사 시행을 적극적으로 가로막지 못하고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자칫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내과개원의 협의회 장동익 회장은 “전산심사는 국내 의료풍토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해 맞지 않으면 삭감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일률적인 규제로 인해 질병 치료 과정에서 병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발생해 초래되는 의료사고와 분쟁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산심사가 이루어지면 급성호흡기감염증이 전체 청구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가정의학과 개원의협의회 윤해영 회장은 “전산심사지침대로라면 중이염, 폐렴, 축농증 등에 대해 항생제를 쓰면 삭감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럼 어떤 약을 써야 하는 것이냐”면서 “현실과 동떨어지게 지침을 마련해놓고 이를 전산으로 심사하겠다는 것은 무더기 삭감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감염에 대한 체질, 감수성, 면역기전 저항력 등 환자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감별할 수 있는 장치 없이 모든 환자에게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일률적으로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박성수 이사장은 “환자들은 걸핏하면 늦게 치료했다고 민원을 제기하기 일쑤다 그런 상황에서 당하는 것은 의사들”이라며 “(항생제가)주사제도 아니고 먹는 약이고 또 단기간 투약하는 것인데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내과개원의는 “요즘 내과 개원의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의협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협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전산심사는 기존 식약청장 허가사항이거나 복지부 고시를 통해 심사지침으로 이미 공개된 내용 등 단순한 경우만 전산심사 하는 것이지 기준이 모호한 경우나 사례별로 심사가 필요한 경우까지 아우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계가 전산심사와 치료지침을 혼돈, 마치 전산심사가 치료지침인 것인양 오해하고 있다며 두 사안은 분명 별개”라며 “의협을 비롯 의료단체 관계자들은 심평원의 전산심사 제도를 이해하고 있는데 일부 의사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오전 7시 앰버서더 호텔에서 전산심사 및 심사지침과 관련해 개원의 단체와 학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