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한 대형 병원이 결혼과 임신을 금지하는 서약서를 신규 간호사들로부터 수년째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전남에서 최대 병상을 갖춘 순천 성가롤로병원. 이 병원 간호사들은 얼마 전까지 만해도 입사 후 2년 동안은 결혼을 할 수가 없었다.
또 결혼 전에 만일 임신할 경우 병원을 그만둬야 했다. 입사 전에 이 같은 내용을 서약했기 때문이다.
CBS가 입수한 '성가롤로 병원 간호부 신규 채용자에 관한 내규'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이 병원 간호사는 다음과 같은 내규를 지킬 것을 서약한다”고 하고 있다.
‘혼전 임신 시 사직함을 원칙으로 한다’, ‘입사 2년이 지나야 결혼이 가능하다’.
문건 맨 아래에는 서명 날짜와 함께 신입직원과 간호부장이 각각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수 보건의료노조 성가롤로병원지부장은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7조와 11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광주지방노동청 여수지청에 지난 달 19일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 병원 간호부 관계자는 “예전에 한 간호사가 혼전 임신으로 간호사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어 간호사들이 자체적으로 이렇게 하기로 한 것이지 내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공동 근무라는 업무의 특성상 선후배 간호사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임신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입사 후 곧바로 결혼해 아이를 가지면 이 같은 룰이 깨지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병원은 노조가 이 같은 서약서에 이의를 제기한 지난 9월까지 수 년 동안 이 같은 각서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CBS 박형주 기자 jediru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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