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의 퇴직으로 인원 충원 중인 A재활의학과의원 박모 원장은 벌써 한 달째 물리치료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추석연휴 직후 물리치료사 채용공고를 냈지만 면접을 보러온 사람조차 없다. 급히 파트타임제로 한 명을 고용해 급한 불은 껐지만 올해 안에 물리치료사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물리치료사 구인난, 연봉 올려 스카웃 할 정도
7일 개원가에 따르면 장기화 된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개원가의 물리치료사 구인난이 부쩍 심각해졌다는 전언이다.
개원의들은 물리치료사 채용이 어려워짐에 따라 스카우트 비용까지 지불하면서라도 고용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지방일수록 심각하다.
전남 순천 정형외과의원 이모 원장은 얼마전 1년차 물리치료사에게 연봉 2000만원이라는 액수를 제시하며 스카우트 해왔다.
일반적으로 1년차 평균 연봉이 18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액수다.
이 원장은 "지방은 돈을 더 준다고해도 오지 않으려고 하기때문에 수도권보다 임금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일부에서는 파트타임 직원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의료기사 채용 악순환...문제는 낮은 수가체계
개원의들은 물리치료사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의료 수가체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력이 있는 물리치료사를 고용하려면 경력에 맞는 임금을 높여줘야하는데 의료수가가 낮아 여기에 맞춰줄 형편이 못되고, 이는 결국 개원가 물리치료사들의 고용불안으로 연결돼 개원가를 선호하지 않게 된다는 것.
이렇다보니 개원가의 물리치료사 연령은 20대초반에서 후반까지이며 30대에 접어들면 더이상 개원가에서는 높은 임금을 이유로 고용을 하지 않는다.
결국 개원가의 재정난이 물리치료사가 개원가 취직을 기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고 장기적인 인력난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재활의학과개원의협의회 박명희 회장은 "이제 물리치료사들이 서른을 넘기전에 개원가를 떠나 대형병원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가고 있다"며 "개원가에서는 낮은 수가로 인해 장기 근속 직원을 둘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백경열 회장은 "이미 물리치료사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며 최근 개원 시장이 더욱 악화됨에따라 구인난은 더욱 심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이어 "최근에는 급여를 떠나서 고용안정을 원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대형병원은 인턴쉽기간인 2~3년간은 연봉이 개원가보다 낮지만 장기근속이 가능하고 경력에 따른 연봉 지급이 보장돼 있어 개원가보다 대형병원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관계자는 "개원의들이 저임금의 초짜 물리치료사만 구하다 보니 서른이 경력자들은 아에 전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물리치료사로 등록 인구가 2만8천명이 넘지만 심평원을 통해 확인된 활동 인구는 1만6천명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력자일수록 인정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원가에서는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그나마 장기근속이 가능한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