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제도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의료인들을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의사와 환자간 불신을 조장할 뿐이다”
서울대병원 암센터 허대석(종양내과) 소장은 모방송사가 병원의 임의 비급여와 대해 의견을 요청하자 이 같은 우려를 담은 답변서를 최근 보냈다.
허 소장은 임의 비급여와 관련 “평균 이상으로 위중한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추가 노력을 하게 되면 그 비용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면서 “공단은 평균 기준을 초과하면 모두 삭감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기준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급여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허 소장은 환자의 상처 치료(dressing)는 주 2회를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상처가 중한 환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급여기준상 ‘별도 산정 불가(의약품, 치료재료)’를 비급여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선진국에서 약효가 입증된 신약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급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면서 “이때 문제는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밝혔다.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신약 처방이 불가피하지만 급여 인정을 받지 않은 신약을 투여하면 과잉진료로 간주돼 삭감되고,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하면 환급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요양급여기준에 맞춰 ‘획일적인 최소한의 치료’만을 해야 한다는 제약은 최선의 치료를 원하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풀릴 수 없는 윤리적 갈등을 낳게 한다”면서 “이런 문제를 단순히 의료기관의 잘못으로 돌리기보다는 급여정책의 유연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특히 허대석 소장은 “의료제도의 모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의료인들을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의사와 환자간 불신만을 조장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불신 조장으로 인해 유발되는 의료재원의 낭비(의료쇼핑)는 진료비 삭감에 따른 재정 절감액을 현저히 초월하고 있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