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가 태아의 유전적 결함을 발견하지 못해 산모가 '원하지 않는 아이'를 출산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은 현행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범위에서 벗어났으며 태아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3일 오전 7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판결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방어진료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판결 추이를 주목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사회 최안나 홍보이사는 "이번 판결은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 허용범위를 부모가 유전질환을 가진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내용"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최 홍보이사는 이어 "이번 판결의 경우 산모가 태아의 장애여부를 알았다고 해도 법적으로 임신중절이 불가능한 내용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에게 책임을 떠안기고 있다"며 "법원은 임신중절 허용 범위부터 확실히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이번 판결은 현행법 취지에 반하는 판결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앞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전진단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방어진료를 위해 보다 많은 산전진단을 하게 되면 결국 환자의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번 판결은 장애아에 대해 낙태권을 허용하는 것으로 장애를 가진 태아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홍보이사는 "장애를 가진 태아는 모두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냐"며 "외국의 경우 태아의 인권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반면 극심한 저출산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태아의 인권은 물론 장애아에 대해 고려하는 측면이 약하다"고 말했다.
또 의사회 측은 보건복지부가 제시하고 있는 저출산정책 중 하나로 도입하고 있는 태아 장애검사를 보험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한다고 했다.
최 홍보이사는 "장애검사를 하는 것은 결국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냐 아니냐를 판정하는 것인데 만약 검사 결과 장애아로 판명나면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냐"며 "저출산시대 낙태를 권장하기라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복지부는 임신중절 허용범위에 대한 논의는 없이 선심행정정책을 펴고 있다"며 "장애 검사 이후 산모의 선택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는 A씨가 Y병원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병원은 A씨의 자녀가 진행성 근위축증(SMA)환자로 태아가 같은 병을 앓을 확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재검사 또는 추가검사를 권유하지 않는 과실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