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건강보험 수지가 단기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심평원이 최근 진료비 심사를 세부분과별로 전문화하자 의료기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초반 건강보험 재정 파탄 당시처럼 삭감률이 급상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14일 “최근 들어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률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심평원이 종합전문요양기관별로 심사요원을 배치했지만 지난달부터 내과계, 외과계로 나누고, 각 계열을 다시 세부분과별로 분리해 전문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면서 “진료비를 청구할 때부터 세부분과별로 나눠서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평원은 세부분야별 심사를 통해 적정진료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심사가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고, 삭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로 진료비 삭감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대학병원측도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올해 들어 진료비 삭감률이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심평원이 분과별 심사로 전환하면서 그전에는 급여로 인정하던 것을 삭감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들은 진료비 삭감률이 높아지는 또 다른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 불안정을 꼽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 누적수지는 1조4626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고, 직장 가입자의 임금 상승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단기수지가 1813억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내년에도 당기수지가 7804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자 대학병원들은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또다시 진료비 심사를 강화해 재정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암 보장성 강화, 식대 급여 전환 등 무리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을 쏟아내 재정 적자를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급여를 확대하면 정부는 생색을 낼 수 있지만 그 피해는 의료기관의 몫”이라면서 “심평원이 심사방식을 전환한 것도 진료비 심사를 강화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