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 중 산부인과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년과 달리 전임의 모집에서 폭발적인 상승기류를 보여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일 대학병원계에 따르면, 연말인 지난주 마감된 산부인과 전임의 모집에서 대다수 병원이 정원초과로 진료과장의 행복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타임즈의 취재결과, 삼성서울병원은 7명 모집에 7명이 지원해 선발됐으며 서울아산병원은 11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해 긴급히 3명을 타 대학병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목동병원도 3명 모집에 5명이 몰려 2명을 타 병원으로 보냈으며 전임의 모집을 늦게 마감(5일 예정)하는 고대안암병원의 경우 벌써부터 경쟁률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공의들 사이에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대병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산부인과 분야에 명성을 쌓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공의 모집시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던 을지대병원도 2명 모집에 2명이 지원해 전공의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무급 전임의를 운영중인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의 경우, 서울대병원은 유급 전임의 6명 모집에 17명이 원서를 제출해 11명이 무급으로 선발됐으며 세브란스도 유급 7명 선발에 13명이 몰려 들여 6명이 무급으로 배치될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이들 두 병원은 외형적으로는 유·무급 경쟁률이 모두 1대 1로 비춰지고 있으나 전임의 선발시 진료과장과 지도교수에 의해 인원과 합격여부가 좌우되는 선발방식을 고려할 때 관문 통과를 놓고 전공의간 보이지 않은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몇 해 전부터 전임의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늘어나면서 시계탑에서 계획한 유급 전임의 확대전략이 무급 2배수 확대로 뒤바뀌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공의 수료 후 당장의 개원보다 전임의 과정으로 향후 진로에 대한 내실을 기한다는 면에서 젊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고민이 묻어있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승철 과장은 “예년과 달리 전임의 경쟁이 높아진 것은 전공의들이 개원에 비중을 둔 과거와 달리 열악한 환경을 감안해 이를 꺼리는 경향이 반영됐다”고 말하고 “봉직의나 교수가 되기 위한 필수과정이기도 하나 현재의 불황을 잠시 비껴가기 위한 시간벌이로도 보여진다”며 답답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젊은 의사들의 고뇌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전공의 과정을 마친 산부인과 의사들이 갈 곳을 잃고 몰려드는 이같은 전임의 모집을 놓고 대학병원의 현황으로 국한하지 말고 학계와 정부를 중심으로 향후 산부인과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한 현명한 답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