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다른 노선을 표방해온 병협이 대정부 대화채널 차단으로 의료법 반대의 공조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병원협회 김철수 회장은 12일 저녁 병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병원회 정기이사회에 참석해 “오늘 아침 긴급 임원진 회의를 통해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 실무작업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철수 회장은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법 개정을 놓고 왜 이렇게 늦장을 부리냐고 질타할지 모르나 병협의 특성인 국립대와 사립대병원, 중소병원, 요양병원, 특수병원, 국공립병원, 지방의료원 등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구성체의 입장을 존중하기 위해 판단에 신중을 기했다”며 늦장대응에 대한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중소병원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년째 주장한 요구안이 의료법에 상당수 반영돼 중소병원이 정부의 반대 입장에 서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하고 “그러나 원장들은 경영자이기 이전에 의사라는 사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해 병원계의 나뉘어진 의견에 대한 공통분모를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난주 의협 장동익 회장과 가진 만남의 뒷얘기를 가감없이 표현했다.
김철수 회장은 “장동익 회장에게 8차에 걸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있다가 이제와 뭐하는거냐고 솔직한 심정을 전달했다”고 전하고 “더욱이 개원의는 33만원을, 원장들은 77만원의 의협 회비를 내고도 병협 회원을 배제한 채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병협을 들러리로 여기는 의협의 무성의한 자세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 회장은 이어 “과거 의약분업 사태시 의협과 약사회가 대결구도에 있는 상황에서 병협이 의권에 동조하며 나섰지만 결과는 원내약국이 없어졌다는 것 밖에 없다”며 “이렇듯 의협과 공조해도 그동안 얻은게 뭐가 있느냐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입장표명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그날 회동에 배석한 박상근 총무위원장이 이 자리에 있지만 이같은 물음에 장동익 회장이 떳떳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하지만 의사로서 총론적으로는 같이 가야한다는게 최종 입장”이라며 실무작업반 불참 의사를 분명히했다.
김철수 회장은 “의료법 개정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으나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은 편하다”며 “병원계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비판할지 모르나 이미 욕먹을 각오가 되어 있다”며 의권 지키기에 뒤늦게 나선 병협 수장으로서의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김 회장은 "의료법 개정에 대한 총론에는 의협과 같은 생각이나 각론적으로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해 사안별 공조체계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