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분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돈 몇 푼 더 주는 것으로 자연분만을 늘리겠다는 건 말초적 정책이다.”
보건복지부가 분만을 장려하기 위해 초음파검사 급여화 방침에 이어 자연분만 수가를 높이는 대신 제왕절개분만 수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자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모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9일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의료분쟁에 휘말리면 손해배상청구액이 많게는 14억원까지 치솟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수가 몇 푼 더 받자고 자연분만을 늘릴 병원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자연분만 수가를 높인다 하더라도 한번 의료분쟁에 휘말리면 의료기관이 파산할 수밖에 없는데 누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2007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을 발표하면서 빠르면 2/4분기부터 모성보호 및 아동 건강을 위해 자연분만과 모유수유 관련 수가를 상향조정하는 대신 제왕절개 수가를 인하해 관련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초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초음파검사 급여화도 4/4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구체적인 초음파 급여 범위, 수가, 인정횟수 등을 마련,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주변 여건을 만들어주면서 출산을 장려해야 하는데 정부는 가시적 성과만 노리고 있다”면서 “개원가는 고위험군 산모를 큰 병원으로 전원 시키면 되지만 대학병원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확률상 의료분쟁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의사의 무과실에 대해서는 국가가 배상할 수 있도록 의료분쟁조정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면서 “이것을 해결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못 박았다.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불만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초음파 급여화는 내과에서 청진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단언했다.
초음파검사가 급여로 전환될 경우 수가가 낮아지고, 급여 인정횟수까지 제한해 결과적으로 진료환경이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가 선심 쓰듯이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데 초음파가 급여로 되면 의료분쟁을 우려해 제왕절개 분만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