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간호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등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의료계 상생과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해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및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3시간여 남짓 진행된 이날 토론은 주제를 겉돌뿐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각 단체 임원진이 직역 이익대변해 정책을 건의하느라 정작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는 뒷전에 두었던 것.
먼저 의협 신동천 기획이사는 도시형 보건진료소 확충 문제 등 의료계 현안들을 거론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도시형 보건지소 확충은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만 가속회시켜 역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아울러 공보의를 도시지역 보건지소 배치문제도 재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약사회 박인춘 보험이사는 대체조제활성화, 성분명처방 공약실현, 의심처방 의사응대 의무화 등 약계 현안에 대한 얘기로 배정된 토론시간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대체조제활성화를 위해 생동성 확보 의약품에 대해서는 사후통보조항을 삭제하고, 저가약 대체조제시 조제환자에 일정률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또 참여정부의 공약사항인 성문병 처방의 조기실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의심처방 의사응대 의무화도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간협은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간호인력 활용방안 강구 등을, 치협은 스케일링 급여환원 등 각 단체별 현안에 대한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했다.
말뿐인 '상생'...역할분담 등 구체적 실행방안에는 침묵
토론과정서 '상생'과 '국민건강 증진' '발전'이라는 단어도 수차례 인용됐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역할분담 등 민감한 사안이 나오자 한때 토론자들 사이에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의협 신동천 이사가 "국민건강을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한 점으로도 이 자리에서 할일은 다 됐다. 추후 참여해서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하는 지, 그 역할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다 같이 논의하자"고 밝히자 간협측이 발끈하고 나선 것.
간협 김귀분 이사는 "다 같이 참여하자고 하지만, 참여해 보면 그 안에 힘의 원리가 작용하더라"며 "힘의 원리를 배제하고 각 직역의 전문성을 인정,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양보해준다면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플로어에서 쓴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날 참관차 토론장을 찾은 이평수 건강보험공단 상무이사는 "상생이 아니라 각생(각자 살기) 분위기"라며 "정작 변화된 환경에 따라 각 직역이 어떠한 역할을 가져가야 할지, 지불체계는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상무는 "보건의료계의 새 판을 짜는데 공급자와 가입자, 보험자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지 추후 심도있는 논의가 다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심도있는 논의를 기대했지만, 결국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났다"며 "각자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