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패리호 화재,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등 대형 국가재난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주도의 재난응급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가재난 응급의료체계, 한국의 대책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 국내 재난응급의료체계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정부 중심의 현실적 대응반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응급의학회 임경수 이사장은 국내에도 재난의료 관련법령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행정편의주의적이어서 유명무실한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병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난시의 대책은 전혀 없으며, 법적으로도 재난발생시 인근 응급의료기관의 의료진이 현장을 출동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며 "또 국가차원의 재난의료대응팀도 전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OECD 국가 중 국가재난 발생시 6시간 이내 재난의료대응팀이 출동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일 것"이라며 "정부 및 의료계 모두 이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정부 중심의 국가응급의료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재난의료체계는 사회안전망의 개념으로 정부가 주체가 되어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복지부, 교육부, 소방방재청 등을 연계해 각각 의료기관 지원 및 재난교육 시행, 재난대책 통합 관리 등의 역할을 담당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대병원 홍은석 응급의학과장도 "재난응급의료는 수익성이 전혀 없다보니 병원에서 얼마나 투자를 해야할 지, 인력을 얼마나 투입해야 할 지 의문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공공의료와 연계해 정부차원에서 지원, 육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상황 대비, 지역거점 외상센터 구축 필요"
특히 서울대병원 서길준 응급의학과장은 이날 정부 중심 국가재난 응급의료체계 구축 방안 청사진을 제시 눈길을 끌었다.
정부부처, 중앙재난외상센터, 응급의료정보센터, 119구급대, 시민사회, 기타 전문학계로 구성된 재난응급의료위원회를 구성, 재난응급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관리 정책개발 등의 역할을 맡기고, 중앙 및 지역별 거점 재난외상센터를 구축해 대비토록 하자는 것.
중앙 및 지역별 거점 재난외상센터는 평시에 외상환자 치료하도록 하고, 재난발생시 재난환자 치료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이 밖에 시설 및 장비 등은 중앙응급의료위원회, 응급의료정보센터, 119 구급대 등 기존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서 교수는 이 같은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5개년간 총 6000억원 가량, 운영비로 연간 363억원 가량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정부 일반회계를 이용하되, 별도로 재난기금을 조성, 활용하는 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