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의료법학회가 주최한 의료법 관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간호진단'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먼저 발제에 나선 박윤형 의료법학회 부회장(순천향의대 교수)는 "간호진단은 간호학에서 학문적 용어로 사용되는 말"이라면서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체계적 관찰, 자료수집과 이를 기초로 한 간호계획의 수립과 같이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의료법상 법률용어인 간호와 진단은 동사형 용어로 다른 의미를 가졌기에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론자인 의성법률사무소 이동필 변호사는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용어의 경우에는 해석여하에 따라 다양한 개념으로 해석돼 법적 안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면서 "굳이 법적 해석에논란이 될 수 있는 용어를 병행해 사용하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은 "간호진단은 미국에서도 일리노이주 한 곳에서만 쓰인다"면서 "간호진단은 국회에 계류된 간호법안을 통해 간호요양원을 설립 현재의 의료기관과 유사한 역할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갑출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의사들이 노인수발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지 의문. 그럴려면 의사 수가 부족할 것"이라면서 "일정부분은 간호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간호진단은 북미, 유럽권, 남미, 중동, 아시아권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간호계도 73년부터 간호진단의 분류체계를 마련해 13개 영역, 47개과, 172개의 표준화된 공인 진단목록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EMR이 도입된 모든 병원에서 간호진단목록이 전자화되어 있고, 관련자료, 간호계획, 간호중재 등을 전자화해 활용하고 있다"면서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했거나 부작용이 있었다는 어떠한 사례도 없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간호사 업무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의 '지도'를 빼 의료인간의 관계설정을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표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면서 "8차회의에서 의사의 지도를 간호협회가 수용하는 대신 의협은 간호진단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이제 와서 의협이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