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에 대한 세심한 주의의무 소홀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 의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곽종훈)는 17일 "자신의 판단만 과신하여 다른 질병원인에 대한 검사와 조치를 게을리해 환자를 사망하게 한 것은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보호자와 가족에게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04년 6월 발열과 두통, 복통으로 경기도 모 의원에 3차례 내원한 남자 어린이(95년생)를 급성인두염과 감염성 기원으로 추정되는 설사 및 위장염으로 진단하고 처방했으나 질환이 호전되지 않고 반혼수상태에 빠져 대학병원으로 전원됐으나 곧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 사례이다.
재판부는 "세균성 급성 인두염이나 이로 인한 뇌수막염의 초기 증상이 감기증세와 비슷해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의사인 피고가 망인의 내원 당일에 뇌수막염 가능성을 염두해 두지 않아 검사하지 않았다고 하여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망인의 질환을 바이러스성 인두염 및 위장염으로 진단하여 세균성 감염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다 뇌수막염을 의심하는 보호자의 문의에도 걱정하지 말라고 답하며 뇌수막염에 대한 처치를 지연시킨 과실이 있다"며 원소 승소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발병원인이 하나 이상일 수 있는 병증에 대한 진단에 있어 의사로서 자신의 판단에 따른 치료가 제대로 효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다른 질병원인의 가능성에 보다 주의깊게 검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을 보여준다"며 "이는 진단에 있어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판시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