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상연구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자 위상을 높여줘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강윤구(종양내과) 교수가 최근 GIST(위장관기저종양)에 대한 화이자의 항암제 ‘수텐’의 다국가 임상시험 연구책임자(PI)로 선정되면서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국제적 경쟁력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강윤구 교수는 로슈의 항암제 ‘젤로다’의 위암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다국가 임상 연구책임자로 선정된데 이어 두 번째로 글로벌 임상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강 교수는 23일 “우리나라에서 PI가 나올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임상연구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PI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연구능력도 중요하지만 연구자와 국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젤로다’의 위암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다국가 임상은 강 교수가 PI를 맡아 삼성의료원 강원기 교수, 영동세브란스병원 조재용 교수 등 국내 의료진이 3상 임상시험을 주도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EU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강 교수는 우리나라가 임상시험의 아시아 맹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도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며, 아시아권의 각축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보다 핵심적인 다국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정부가 지역임상시험센터를 선정, 집중 육성하면서 다국가 임상시험이 늘었고,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3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앞으로 초기 임상인 1상, 2상을 주도할 수 있는 PI가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임상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의 방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울아산병원 지역임상시험센터만 하더라도 다국적제약사의 시설 견학이 빈번해지고 있고, 초기임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협의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임상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타 연구자가 배출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강 교수는 “연구자의 위상을 높여줘 국제 임상 스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좋은 연구논문을 많이 쓰기 위해서는 연구자 자신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연구비나 시간적 배려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