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로비 파문이 확산되면서, 의협의 국회 협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동익 회장의 녹취록에 이어 24일 열렸던 국회 청문회까지…. 일련의 사태들은 결국 지도부의 닫힌 사고와 협상력 부재만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과연 의협은 국회내에서 어떻게 활동해왔고, 어떠한 성과를 남겼나. 국회 내부에서는 의협이 법안을 좌지우지 할 만큼 협상력을 가지지는 못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A의원실 관계자는 25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의협은 국회 생리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렇다보니 제대로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과 관련 의견청취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명분이나 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덮어놓고 안되다는 식이 많았다"면서 "일부에서는 의협이 의료계에 불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고 본다는 얘기까지 나왔었다"고 덧붙였다.
B의원실 관계자도 "상당수 법안에서 대응시기가 늦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예를 들어 C라는 법안이 발의됐고, 법안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 입장에서 빨리 나서서 국회를 설득하고 설명했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의협의 경우 의원실 내부에서 법안을 검토하고 자체적으로 입장정리한 뒤에야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협은 국회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 취합도, 이에 대한 대응도 미흡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장 회장 "국회의원은 현찰이 다다"...왜곡된 협상인식
의협의 국회 협상력이 바닥을 치게 된대는 의협 지도부의 경직된 사고방식도 한몫을 했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강원도의사회 정총 녹취록에서도 의협 지도부의 왜곡된 협상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 회장은 "국회의원은 현찰이 다다", "의협에서 용돈주는 국회의원 있다", "보좌관이나 전문위원 만나서 저녁 먹는 것도 좋지만 교통비하라고 50만원,100만원 집어주면 책임감을 느끼기 마련이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같이 왜곡된 사고방식은 결국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한 협상시도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의협의 정상적인 국회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 24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장 회장에 불법자금지원을 제안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작년 시내호텔 커피숍에서 의사인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의협회장이 후원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봉투를 내놓았다"며 "그러나 이러한 돈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국회 "의료계 사고전환 필요...명분·논리로 재무장하라"
국회 관계자들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의료계의 대국회 협상방식을 재점검하고, 발전적인 논의를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일단 '무조건 항의하고 밀어붙이면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옛날 방식, 편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서 "국회의원들을 만나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정석'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로비파문으로 실추된 국회와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의료계의)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인만큼 국민을 위한, 국민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면 움직일 수 없는 곳"이라면서 "제대로 된 명문, 논리적인 근거로 재무장해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